<시> 나팔꽃 속에 나팔꽃 속에 洪 海 里 행여 그대 꿈이 깨어질라 세 갈래 손바닥 이슬 머금어 이른 아침 영롱한 햇살에 눈 비비는 꽃 한번 피면 한나절 긴긴 여름날의 아침마다 마디마디 맺혀 있는 자주꽃 빨간 꽃의 신비여 바람 한 파람마다 휘감겨 오는 그대 가느란 허리 외로만 기어올라서 소녀의 단 하.. 시집『투망도投網圖』1969 2005.10.28
<시> 공사장에서 공사장에서 洪 海 里 아직은 꽃의 바람과 구름이 먼 산정의 태양을 가리운다만 집 없는 이들도 허리를 펴고 나들이에 분주하다 가녀린 여자의 자연 속에도 새벽의 씨는 뿌려져 가늘게 떠는 원시의 율동이 돋보인다 저녁이면 저마다 떠나갔던 숲 속의 새 떼도 다시 돌아와 빛나는 태양의 .. 시집『투망도投網圖』1969 2005.10.28
<시> 투망도投網圖 투망도投網圖 洪 海 里 무시로 목선을 타고 출항하는 나의 의식은 칠흑같은 밤바다 물결 따라 흔들리다가 만선의 부푼 기대를 깨고 귀항하는 때가 많다. 투망은 언제나 첫새벽이 좋다 가장 신선한 고기 떼의 빛나는 옆구리 그 찬란한 순수의 비늘 반짝반짝 재끼는 아아, 태양의 눈부신 유.. 시집『투망도投網圖』1969 2005.10.27
<詩> 속리산 속리산俗離山 洪 海 里 천년 수림의 몸부림도 이파리 가락의 여운도 몸살이 날 일이다 몸뚱어리 하나 못 다스리는 한으로 시퍼러이 멍들도록 가슴 비비는 시장기처럼 오는 가슴앓이를 한잔술로 풀며 꽃 태우는 산덩어리 눈 감으면 꿈이야 어디론 못 오랴 그 길목에 닐니리 불어 육자배기나 뽑아 볼까 이승의 사랑은 은싸라기 달빛 사월이나 초파일 영등놀이 바람소리나 내고 가는 세월은 다섯 자 육신을 묻을 그 꽃밭으로 물오른 초여름 나뭇가지 사이 그리 고운 정도 없이 달은 밝아 복사꽃 살구꽃 억겁으로 지는 밤에 알몸으로 우는 내 풀잎의 이슬방울 꽃 한 송이 다 못 피우는 세월이사 천년 수림의 그늘을 흔들고 있다. -『投網圖』(1969) * 속리산 문장대 : 이양우 시인의 페북에서 옮김. 시집『투망도投網圖』1969 2005.10.27
<시> 소묘 소묘素描 洪 海 里 시월의 달은 화장에 능하다 길은 멀리 트이고 이마엔 구름이 걷힌다 나들이 때마다 흩뿌리는 향내음 아아, 항아리빛 고려의 하늘. -『투망도投網圖』(선명문화사, 1969) 시집『투망도投網圖』1969 2005.10.27
<시> 춘향 춘향春香 洪 海 里 5월 동백꽃 남갑사 치마 창포잎에 빗은 머릿결 하늘 파르라니 상긋한 살 내음새 그대는 아침 산꿩 이슬을 털고 포드득 날아갈 듯이 눈 감아도 화안히 오는 그대는 한 송이 꽃 하늬바람에 나부끼는 검은 머릿결 흔들면서 날아오르는 제비여! 하늘 끝 터져오는 복사꽃 살.. 시집『투망도投網圖』1969 2005.10.27
<詩> 봄바람 봄바람 洪 海 里 투망에 걸린 그대 살찐 각어脚魚 두 마리 스타킹을 튀어나와 하이힐 속에서 퍼덕이고 있다 바닷바람을 타고 날아오르는 그대 스커트 푸른 풀밭 건너편 가늘게 몸을 재끼는 느릅나무 이파리빛이다 아침 저녁 거리에서 그대는 온통 꽃밭이지만 지순한 비늘 조각 하나 하나.. 시집『투망도投網圖』1969 2005.10.27
<詩> 새를 기르는 여인 새를 기르는 여인 洪 海 里 매일 출근길의 피아노 소리 창문으로 햇살이 가득한 방안 건반을 두드릴 때마다 포롱포롱 튀어오르는 새 떼 방안 가득히 날아다닌다 누구나 이곳을 지나면서 귀를 모으면 목마른 손으로 제단같은 건반을 아직은 여린 손으로 두들기고 있다 돌아오는 길에 하루.. 시집『투망도投網圖』1969 2005.10.27
<詩> 헌화가獻花歌 헌화가獻花歌 洪 海 里 그대는 어디서 오셨나요 그윽히 바윗가에 피어 있는 꽃 봄 먹어 짙붉게 타오르는 춘삼월 두견새 뒷산에 울어 그대는 냇가에 발 담그고 먼 하늘만 바라다보셧나요 바위병풍 둘러친 천 길 바닷가 철쭉꽃 바닷속에 흔들리는 걸 그대는 하늘만 바라다보고 볼 붉혀 그윽이 웃으셨나요 꽃 꺾어 받자온 하이얀 손 떨려옴은 당신의 한 말씀 탓 그대는 진분홍 가슴만 열고. - 시집『投網圖』(1969) 시집『투망도投網圖』1969 2005.10.27
<詩> 선덕여왕 선덕여왕善德女王 洪 海 里 구름만 데리고 노는 해안선을 종일 바라보다가 바닷가운데 갈앉은 선덕여왕 금가락지 삼월 바다의 목아질 껴안고 하늘가를 바알바알 기어오르면 싱싱한 아침 꽃이 피는 골목길의 금수레바퀴를 따라 천년 율동이던 항아릴 어루던 손 달밤의 목소릴 몰고 온다. .. 시집『투망도投網圖』1969 2005.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