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엽서 11

가을 엽서 / 김세형 시인

엽서洪 海 里시월 내내 피어오르는난향이 천리를 달려 와나의 창문을 두드립니다천수관음처럼 서서천의 손으로향그런 말씀을 피우고 있는새벽 세 시지구는 고요한 한 덩이 과일우주에 동그마니 떠 있는데천의 눈으로 펼치는묵언 정진이나장바닥에서 골라! 골라! 를 외치는 것이뭐 다르리오마는삐약삐약! 소리를 내며눈을 살며시 뜨고말문 트는 것을 보면멀고 먼 길홀로 가는 난향의 발길이서늘하리니,천리를 달려가 그대 창문에 닿으면"여전히묵언 정진 중이오니답신은 사절합니다!"그렇게 받아 주십시오그러나아직 닿으려면 천년은 족히 걸릴 겁니다.- 시집『푸른 느낌표!』(우리글, 2006) 洪海里 시인의「엽서」에 얽힌 얘기 / 김세형(시인) 얼마전 모 시인이 내게『찬란을 위하여』란 신작 시집을 보내준 데 대해 축하의 글을 보내왔다.그런데 ..

詩化된 洪海里 2024.12.03

가을 엽서

가을 엽서  洪 海 里   풀잎에 한 자 적어 벌레소리에 실어 보냅니다 난초 꽃대가 한 자나 솟았습니다 벌써 새끼들이 눈을 뜨는 소리, 향기로 들립니다 녀석들의 인사를 눈으로 듣고 밖에 나서면 그믐달이 접시처럼 떠 있습니다 누가 접시에 입을 대고 피리 부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창백한 달빛을 맞은 지상의 벌레들도 밤을 도와 은실을 잣고 있습니다 별빛도 올올이 내려 풀잎에 눈을 씻고 이슬 속으로 들어갑니다 더 큰 빛을 만나기 위해 잠시, 고요 속에 몸을 뉩니다 오늘도 묵언 수행 중이오니 답신 주지 마십시오.  - 시집 『푸른 느낌표!』(2006, 우리글)                      *'열린 창가에서 편지 읽는 소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엽서 洪 海 里시월 내내 피어오르는 난향이 천리를 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