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시붓꽃 5

<감상> 각시붓꽃 / 道隱 정진희

각시붓꽃 洪 海 里 무지개 피듯 양지바른 산자락 잠시 다소곳 앉아 있던 처자 일필휘지로 꽃 한 송이 그려 놓고 날이 더워지자 보이지 않는다. 어디로 갔나 가을이 가고 겨울이 가도 소식이 없고 자줏빛 형상기억으로 남아 봄이 오기만 기다리고 있네 기쁜 기별 기다리고 있네. *각시붓꽃은 여름이 되면 꽃과 잎이 없어지는 “하고현상(夏枯現象)을 일으킴. * 출처: 『금강초롱』 (홍해리 꽃시집), 도서출판 움) * 지난봄 뒷산 이말산 숲길, 낙엽 속에서 불현듯 피어난 각시붓꽃, 그 모습 얼마나 아름답던지...나쁜 손이 분재용으로 뽑아갈까 봐 꽃이 지기까지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모른다. 홍해리 시인의 꽃시집에서 다시 만난 각시붓꽃, 산난초! 다시 보고 싶다. 이말산의 봄을 기다릴 수밖에.....♣ 홍해리 꽃시집 『금..

<시> 산책

산책洪 海 里 산책은 산 책이다돈을 주고 산 책이 아니라살아 있는 책이다발이 읽고눈으로 듣고귀로 봐도 책하지 않는 책책이라면 학을 떼는 사람도산책을 하며 산 책을 펼친다느릿느릿,사색으로 가는 깊은 길을 따라자연경自然經을 읽는다한 발 한 발.    - 시집『독종』(2012, 북인)  - 월간《우리詩》2012. 8월호 * 스크린도어 앞에서 이 시를 접할 때 나는 짜릿한 전율을 느꼈다. 시는 시가 갖춰야 할 쾌락적 기능과 교훈적 기능을 모두 갖췄다. '산책'이라는 말에서 '돈을 주고 산 책', '죽지 않고 살아 있는 산 책'을 떠올리며 교묘한 언어유희를 하며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쾌락적 기능을 수행한 것이다. 아울러 산책을 '자연경'이라는 경전을 읽는 행위로 승화시키며 살아가며 '산책'뿐만 아니라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