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 10

淸明詩篇

* 보리밭 : http://donbosco.pe.kr/xe1에서 옮김. 청명淸明 洪 海 里 손가락만한 매화가지 뜰에 꽂은 지 몇 해가 지났던가 어느 날 밤늦게 돌아오니 마당 가득 꽃눈이 내렸다 발자국 떼지 못하고 청맹과니 멍하니 서 있는데 길을 밝히는 소리 천지가 환하네. - 시집 『푸른 느낌표!』(2006, 우리글) 청명淸明 洪 海 里 봄이 오자 몸이 점점 가벼워진다 속에 뭔가 있어 땅도 슬슬 솟아오르니 곤줄박이 꽃마리 오목눈이 제비꽃 누군들 가슴 설레고 두근대지 않겠느냐 삶이란 스스로 자신을 세워가는 일, 금방 꽃비 내려 주체하지 못할 텐데 달뜨는 마음 어쩌지 못하는 사랑아 무작정 봄을 타고 날아올라라 아지랑이 하늘이 맑고 푸른 날 오늘은 나른한 일탈도 죄 되지 않으리니, 부러워 마라 꽃은 피어서 또..

보리밭

보리밭 洪 海 里 1 대지모신大地母神의 품 안 토양산성土壤酸性의 이랑마다 늦가을 햇살만 기운 채 빗기고 있었다 가랑잎을 갉아 먹으며 산자락을 휘돌아 온 앙상한 뼈바람이 풋풋한 흙 속의 한 알 보리를 흔들어 잠을 깨우고 있었다 다섯 뿌리 하얀 종자근이 발을 뻗어내리는 속도따라 햇살은 점점 기울어져 조금씩 모신母神의 품으로 내리고 있었다 2 두견새 목청 트이는 동지 섣달 칠흑빛 어둠을 뚫고 겨울을 털어내리는 하얀 눈은 내려 쌓이고, 깃털, 꽃머리, 비늘잎도 모두 밑둥마디에 묻어두고 한 치 땅 속에서 언 발을 호호 부는 소리 아직은 잠결, 유년 시절 고호의 손가락 같은 하얀 이파리들 골로만 모여 쌓여 있는 바람의 넋을 불러내어, 들뜨는 팔다리를 눌러 앉히며 미루나무 물 오를 때만 기다리고 있었다 3 손톱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