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스크랩] 보리밭 - 洪海里

洪 海 里 2010. 6. 4. 10:01

 

         

         

         

           보리밭 - 洪海里

         

             1


            대지모신大地母神의 품 안

            토양산성土壤酸性의 이랑마다

            늦가을 햇살만 기운 채 빗기고 있었다


            가랑잎을 갉아 먹으며

            산자락을 휘돌아 온

            앙상한 뼈바람이

            풋풋한 흙 속의 한 알 보리를 흔들어

            잠을 깨우고 있었다


            다섯 뿌리 하얀 종자근이

            발을 뻗어내리는 속도 따라

            햇살은 점점 기울어져

            조금씩 母神의 품으로 내리고 있었다

         

         

         

             2


            두견새 목청 트이는

            동지섣달

            칠흑빛 어둠을 뚫고

            겨울을 털어 내리는

            하얀 눈은 내려 쌓이고,

            깃털, 꽃머리, 비늘잎도 모두

            밑둥마디에 묻어두고

            한 치 땅 속에서 언 발을 호호 부는 소리


            아직은 잠결,

            유년 시절 고호의 손가락 같은

            하얀 이파리들

            골로만 모여 쌓여 있는

            바람의 넋을 불러내어,

            들뜨는 팔다리를 눌러 앉히며

            미루나무 물오를 때만 기다리고 있었다


         

             3


            손톱 같은 달이

            모과나무 가지에 걸려 있었다

            부황이 든 얼굴

            부러진 팔과 다리가 규폭마다 일어서고 있었다


            짝 잃은 신발 한 짝

            지난겨울 아이들이 놓치고 간

            연줄을 잡고 있었다

            잠깨어 목마른 아우성에

            강도 마르고

            불처럼 이는 함성


            새벽새의 울음소리

            신선한 벌판

            3월은 눈에 불을 켜고 있었다

         

         

             4


            어디선가

            종달새 노래가 밝게 쌓이고 있었다


            하늘의 시녀들이 부르는 노래----


            몸뚱어리도 질박한 처녀처럼

            뒹굴어도

            껴안고 뒹굴어도

            물들지 않을 바다

            때깔 곱게 익고 있었다


            밭 둑 미루나무

            물이 올라

            이파리마다 눈이 부신 정오

            바람에 옆구릴 간질린

            나비 한 마리

            부산히 하늘을 털어내리고 있었다

         

         

             5


            햇볕이

            땡땡땡 울고 있었다


            대창을 든 병사들처럼

            갈구리까락을 받쳐 들고

            아이들이

            그을음 없이 타는 유화油畵,

            황금벌판을 파도처럼 달려가고 있었다

            미친 듯한 반 고호의 自由

            넓은 밭마다 가득 차고

            한켠으론

            황토黃土ㅅ빛 고개가 보였다

            반만년 오른 고개가 보였다

            찌르륵 찌륵,

            여치가 한낮을 걸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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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시 읽는 마을
글쓴이 : 루피나 원글보기
메모 : * 시집『花史記』(시문학사, 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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