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족 3

지족知足

지족知足 洪 海 里 나무는 한 해에 하나의 파문波紋을 제 몸속에 만든다 그것이 나무의 지분知分이다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다 나무는 홀로 자신만의 호수를 조용히 기르는 것이다. - 시집『황금감옥』(2008, 우리글) * 시란 운명적으로 모든 욕망을 거세시켜 마음의 평정상태에 이르기를 요구하는 것 같다. 제아무리 새롭고, 제아무리 시적 개성을 추구하더라도, 시란 운명적으로 자기 분수를 지키면서 자족에 이르게 만드는 것 같다. 시란 분명 평화와 사랑의 언어임에 틀림없다. 평정심. 적멸. 혹은 고요. 분명 시적 언어의 임무는 아름다운 시말에만 있지 않다. 분명 시적 언어가 지향하여야만 하는 그 운명적 테제는 천명을 알고 그것에 맞추어 생을 살아가게 만드는 데 있다. 홍해리 시인의 「지족知足」은 시의 처음이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