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란 5

《우리詩》2022. 12월호 '홍해리 신작 소시집'에서

♧ 나는 날마다 무덤을 짓는다 해가 지면 문을 닫고 하루를 접는다 하루는 또 하나의 종점 나는 하나의 무덤을 짓는다 문 연 채 죽는 것이 싫어 저녁이면 대문부터 창문까지 닫고 다 걸어 잠근 고립무원의 지상낙원을 만드노니 둘이 살다, 셋, 넷, 다섯, 이제는 다들 떠나가고 나만 혼자, 홀로, 살다보니 집이 천국의 무덤이 되었다. ♧ 단현斷絃 줄 하나 끊어지니 천하에 소리가 나지 않네 내 귀가 먹은 것인지 내일 없는 어제가 가슴을 치니 잠이 안 와 괴롭고 잠들면 꿈으로 곤비하네 말이 안 되는 세상이라도 물 흐르듯 바람 일 듯 영혼은 이제 유목민으로나 두 집 건너 살아라 산산 강강 살아라 그렇게나 가야지 노량으로 가야지. ♧ 적멸보궁 밤새껏 폭설이 내린 이른 아침 부산한 고요의 투명함 한 마리 까치 소리에 툭..

[스크랩] <시그림> 寒蘭한란 곁에서

寒蘭한란 곁에서 홍해리(洪海里) 한겨울솔바람소리기나긴 밤은 짙어가고얼어붙은 어둠을카알 칼 자르고 있을 때초저녁에 지핀 군불도사그러들어눈 쌓이는 소리만유난스레온산 가득들녘에까지무거이 겹칠 때은일한 선비들칠흑을 갈아휘두르는 묵필끝없이밤은 깊어가고끝내는아픔이란 아픔마저오히려 향그러이 저며들 때눈 감아 뜬 눈으로아픔을 몰고 오는새벽녘 피리소리짙푸른칼날. 출처 : 블로그 > 살맛 나는 세상이야기들... | 글쓴이 : 크레믈린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