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철희 41

배꽃

배꽃 洪 海 里 봄에 오는 눈발은 밤에 더 밝다 나뭇가지 사이로 나는 나비 떼 새들도 날아와 우짖으면 달빛에 노 젓는 소리 하얗게 일어서고 깊은 산 시름 속에 젖는 한밤을 옷깃에 차는 달빛 그림자 눈썹 끝에 어리는 天上의 엽서. (시집『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1980) 배꽃 洪 海 里 1 바람에 베어지는 달빛의 심장 잡티 하나 없는 하얀 불꽃이네 호르르 호르르 찰싹이는 은하의 물결. 2 천사들이 살풀이를 추고 있다 춤 끝나고 돌아서서 눈물질 때 폭탄처럼 떨어지는 꽃이파리 그 자리마다 그늘이 파여 …… 3 고요가 겨냥하는 만남을 위하여 배꽃과 배꽃 사이 천사의 눈짓이 이어지고 꽃잎들이 지상을 하얗게 포옹하고 있다 사형집행장의 눈물일지도 몰라. 4 배와 꽃 사이를 시간이 채우고 있어 배꽃은 하나지만 둘..

산책 1 · 2

* http://cafe.daum.net/duchon5292에서 옮김. 산책 洪 海 里 산책은 산 책이다 돈을 주고 산 책이 아니라 살아 있는 책이다 발이 읽고 눈으로 듣고 귀로 봐도 책하지 않는 책 책이라면 학을 떼는 사람도 산책을 하며 산 책을 펼친다 느릿느릿, 사색으로 가는 깊은 길을 따라 자연경自然經을 읽는다 한 발 한 발. 산책 · 2 / 洪 海 里 한발 한발 걸어가면 발로 읽는 책 가슴속에 비단길 펼치고 눈으로 듣는 책 마음속에 꽃길을 여니 줄 줄만 아는 산 책에 줄을 대고 한없이 풀어 주는 고요를 돌아보라 줄글도 좋고 귀글이면 또 어떤가 싸목싸목 내리는 안개, 그리고 는개 온몸이 촉촉이 젖어 천천히 걸어가면 산 책 속에 묻히리니, 입으로 듣고 귀로 말하라 인생은 짧고 산책은 길다.

백로白露

백로白露 洪 海 里  백로白鷺가 풀잎마다 알을 낳았다반짝 햇살에 알도 반짝! 알 속에 하늘과 바다가 하나다 너무 맑아그리움이나 사랑 그런 게 없다 은은한 인생!     봄을 낳고 여름을 품은 알이 얹힌 풀잎에 백로白鷺가 백로白露로앉기까지 밤낮을 굴린 결정, 이 작은 물방울에 하늘 바다 하나라니.   시인도 백로白鷺도 산란의 시기는 다를 것. 포란의 계절 건너면그리움도 사랑도 다 걸러져 이렇게 맑게 맺힌 이슬에는 무엇을담을까. - 금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