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철희 41

어버이날

어버이날 洪 海 里  줄줄이 늘어지게 매달린 아들 넷딸 넷여덟 자식들. 생전에아버지 어머니 얼마나 무거우셨을까등나무 꽃을 달면 눈물이 난다.- 시집『독종』(2012, 북인)                                                                    思母曲               서리에 스러진 갈대꽃을 보노라니 눈물이 옷깃을 적신다사립문에 기대 선 백발 어머니를 더 이상 뵈올 수 없게 되다니작년 오월 장맛비가 한창이던 때였지가사(袈裟)를 전당 잡히고 쌀팔아 집에 돌아왔었는데.  霜殞蘆花淚濕衣, 白頭無復倚柴扉. 去年五月黃梅雨, 曾典袈裟糴米歸.―‘어머니를 그리며(사모·思母)’ 여공(與恭·송대 말엽)  서리 맞아 황량한 갈대숲을 바라보며 어머니를 여읜 한 승려가 눈..

금란초와 은란초(시와 그림)

은난초銀蘭草 홍 해 리  무등의 바람춘설헌 작설차 향기증심사 풍경소리은빛 잠을 깨어 하얗게 웃고갈 사람 다 돌아간 산모롱이만빤히 바라보며신명난 길이 되어나그네를 품어 안는 종소리 속에한 해를 이렇게 서서 가면또 한 해가 오는 것을 믿고글썽이는 눈빛 모아절창을 풀어내는흰 관의 女子.  금란초  洪 海 里   무등의산록금빛화관을 이고황홀한화엄세계를꽃 한 송이로열고 있는女子.

洪海里와 蘭 2024.04.24

월간《우리詩》신작소시집 /2023. 1월호.

2023. 신년호 〈신작소시집〉 세란헌洗蘭軒 외 4편 洪 海 里 물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으로 난잎을 씻고 내 마음을 닦노니, 한 잎 한 잎 곧추서고 휘어져 내려 허공을 잡네. 바람이 오지 않아도 춤을 짓고, 푸른 독경으로 가득 차는 하루 또 하루 무등, 무등 좋은 날! * 세란헌 : 우이동에 사는 한 시인의 달팽이만 한 집. 푸른 하늘 무지개 늙바탕에 한무릎공부했다고 깔축없을 것이 어찌 없겠는가 세상 거충대충 살아도 파근하고 대근하기 마련 아닌가 나라진다 오련해진다고 징거매지 말거라 한평생 살다 보면 차탈피탈 톺아보게 되느니 더운 낮에 불 때고 추운 밤에 불 빼는 어리석은 짓거리 하지 마라 씨앗은 떨어져야 썩고 썩어야 사는 법 때 되면 싹 트고 열매 맺느니. 독거놀이 오늘도 혼자 앉아 물밥 한 병, 닭가..

물처럼 바람처럼

물처럼 바람처럼 洪 海 里 꿈속에서 꿈같은 시절 누렸다고 부디 수수꾸지 말아 다오 발이 없어도 못 가는 곳 없는 바람처럼 낮은 곳만 찾아 서슴없이 가는 물같이 오늘도 불어가고 내일도 흘러서 갈 척행隻行의 길! 너는 네 혀로 말하고 나는 내 귀로 듣는 네 말 다 지우고 내 말 다 사라진 곳으로 나 가리라 나가리라 무하유지향으로! * 퇴고 중인 초고임.

운화雲華

운화雲華 洪 海 里  지상에 첫서리가 내리고푸나무마다 꽃과 열매를 내려 놓을 때드디어,차나무는 찬 하늘 바람을 모아노란 꽃술, 하얀 꽃을 터뜨려지난해 맺은 열매와 상봉을 하고서리 하늘에 영롱한 등을 밝힌다사람들은 따뜻한 한 모금의 물로가슴속을 데워 마음을 씻노니천지가 하나 되어 나를 깨우네. * 雲華는 차꽃을 시적으로 이르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