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철희 22

팔색조를 찾아서

팔색조를 찾아서 洪 海 里 동백숲이 섬을 덮은 지심도只心島 동백숲에 깃들이는 팔색조 동백숲에 숨어 석 달을 기다리고 또 열흘쯤 귀를 열고 있어야, 겨우 호오오잇 호오오잇, 가아헤이 가아헤이, 우는 소리를 들려주는 팔색조八色鳥 평생에 한번 운다는 울음소리 그 울음소리 찾아서 길을 떠나네 전설 찾아서 길을 떠나네 전설 찾아 길 떠나네 우리들의 눈에 등불을 켜게 하는 무명無明의 새야 우리들의 가슴속에 숨어 사는 새야 가슴속 천년 묵은 동백나무 어느 가지에 앉아 주야로 우는 너를 찾아 밤낮없이 길을 떠나느니 역사인가 환상인가, 너는? 신화인가 현실인가, 너는? 제 영혼의 빈 머리를 이고 가는 이 시대의 사람들, 팔색조가 나는 동백숲이 하룻밤 사이에 하늘로 날아오른다면 눈이나 끔쩍할 이 있기나 하랴 팰색조 울음소..

<시> 무현금無絃琴

무현금無絃琴 洪 海 里 한여름 우이도원牛耳桃源 푸른 숲 속 어디선가 거문고 우는 소리 가야금 타는 소리 도도동 도도동 도도동동 동동동 동동동 동동동동 백년 살다 백골사리로 빛나는 오동나무 한 그루 까막딱다구리가 속을 다 비워낸 텅 빈 성자의 맨몸을 쇠딱다구리 수백 마리 꽁지를 까닥이며 쬐그만 부리로 사리를 쪼고 있다 줄 없는 거문고 가야금 거문고가 따로없다 온몸으로 우는 오동이 한 줄의 거대한 현絃이다. * 지난 유월 초하루(음) 임보 시인과 牛耳桃源에 올랐다. 막걸리 둬 병 꿰차고 우이도원에 당도하자 어디선가 가야금, 거문고 켜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가 오는 것을 알고 선녀라도 하강하여 환영연주라도 하고 있는 것일까? 가만히 보니 그 소리는 선 채로 죽어 있는 하얀 백골 오동나무에서 들려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