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지난호에 내가 읽은 한 편의 시 / 이생진

洪 海 里 2006. 11. 27. 02:51
 

<지난호에 내가 읽은 시 한 편>

  

 시인과 낚시꾼

                                                                      이생진


   밤이 되자

   쏟아질 듯 펼쳐져 있는 은하수

   이따금 별이 하나씩 바다로 떨어져 내렸다


   아침에 일어나면

   쪽빛 바다가 떨어진 별떨기를 챙기고

   싱싱한 수평선 한 마리를 물고 있는

   고운 해가 빠알갛게 떠올랐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다

 

         -홍해리 시인의 「만재도」의 일부

 


  세상엔 보여주고 싶은 사람에게만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이 시다.

시인은 그것이 보고 싶어 밤에 밖으로 나가 하늘을 본다.

 

윤씨(만재도 이장)는 홍해리 시인의 시를 읽고 나에게 물었다.

왜 시인은 남들이 잠들었을 때 밖으로 나가느냐고.

그건 보고 싶기 때문이라고.

뭣이 보고 싶냐고.

별이. 

별을 보면 무엇이 생기느냐고.

별을 보면 별이 내게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을 보여준다고.

 

이상하다.

낚시꾼들은 밤배를 타고 나가면 커다란 감성돔을 던데.

그러나 윤씨가 고맙게 여기는 것이 하나 있다.

낚시꾼들은 밤새 낚은 고기를 얼음통에 담아 꽁꽁 묶어 가지고 뭍으로 나가는데 시인은 잡아가는 것이 없더라고.

 그래도 되는 것이냐 하지만 낚시꾼들이 고기를 많이 잡아가면 마을 사람들이 잡을 고기가 줄어들어 은근히 걱정되는데 시인은 맨손으로 돌아가니 왠지 섭섭하기까지 하더라고.

나는 웃었다.

그래도 시인은 얻어가는 것이 있다고.

시인이 그렇게 좋아하던 별은 그대로 그 자리에 있고 해는 그 자리에서 다시 뜨고.

 

시인과 낚시꾼.

 

'참 사는 방법이 이상하다' 하며 시를 또 한 번 읽는다.

그날부터 윤씨는 별을 보기 시작했고 그 별에서 몇 해 전에 떠난 아내의 얼굴을 보았다.


윤씨는 시를 다 읽고 홍 시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기 만재도인데 언제 또 오시느냐’고.

그리고 그는 홍 시인처럼 수평선 위로 빠알갛게 떠오르는 해를 봤다.

차츰 그의 몸에서도 이상한 햇살이 번져나기 시작했다.

 (『우리시』 2007.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