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면 그것이 팽창한다
洪 海 里
가을이 오면
모든 생명체의 핵이 팽창한다
그리하여 우주는 둥글다
지구도 둥글다
우주의 자궁 속
모든 생명체는 말랑말랑하다
모가 나고 각이 진 것은
물과 바람과 흙과 불의 세월에 깎이고
닳아져 둥글어진다
사랑도 그렇다
야들야들한 네 팔에 안겨
꼬물꼬물
단내를 풍기는 사랑도
가을이면 둥글어지고
비어 있는 들녘에도
텅 빈 하늘가에도
토옥 토옥, 톡톡거리는 소리에
또르르 구르는 이슬방울 속
빛나는 우주여
그 중심을 향해서 먼 길을 가는
쓸쓸한 내 발자국 소리 차가우나
우주는 비어 있어
늘 채우려고 팽창하고
사랑도 비어 있어
내가 네 속으로 들어가
채우려 드는 것인가
그러나 눈독들이지 말라
우주의 중심은 없다, 그것은
바로 나다
동동대는 지금 여기 그것이 팽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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