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연가
洪 海 里
처서 백로 지나고 한로도 지나
초라해진 풀잎에 맺히는 이슬
방울방울 시리게 몸을 떠네
눈 시려 눈이 시려
아침 안개에 마음마저 부셔
바래지는 어둠 속으로
가는 이 없어도 마음 서럽고
슬픈 일 없어도 눈물은 젖어
이슬방울 안경 삼아
뒤돌아보면 출렁이는 바다
파도만 끝없이 가슴을 치고
버리지 못하고 흘러가는 세월
비단길 같은 꿈길도 외로워
길 따라 피어나는 눈물이거나
끝없이 따라오는 그리움이여, 이제
눈에 선히 밟히는 별이 되거라
함부로 사랑한다 말하지 말고
스쳐 지나는 바람의 손짓 따라
너의 목숨을 흔들어 대며
몌별袂別 연습을 하지 말거라
텅 빈 들녘으로
비어 있는 하늘로
가을은 가고 겨울은 젖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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