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한때
남자는 늙어도 철이 들지 않는다
철이 다 빠져나가
푸석푸석한 뼈
내일 어찌 될 줄도 모르는 나이
치사랑 내리사랑 다 어설픈데
평생 지고 다닌
집념을 풀어 놓으면
꿈속에서나마
생때같은 자식을 낳는 자궁을 품는지
봄이면 죽순도 죽죽 솟아오르고
차나무 이파리도 스르르 버는데
막막하게 마른 초원이 하늘과 붙어 있다
한때도 지고 나면 허무한 만큼
때로는 유치하고 치사한 것이 아름다운 건
나이 탓인가
철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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