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푸른 느낌표!』2006

봄꽃과 꽃봄

洪 海 里 2006. 12. 5. 03:01

봄[春]꽃과 꽃봄[見]

 

1. 별것 아니네

 

지나고 나면 별것 있으랴

순간 견디지 못하고

피면서 지고 지면서 피는

부드러운 꽃을 위하여

내 너에게 잠깐 머물 때

하늘가 춤추는

금빛 아지랑이

참,

환장하것네

꽃은 피기 위하여 지는가


2. 지는 꽃을 보며

 

네가 내게 무슨 마음 먹겠느냐

온종일 꽃비 속에 촉촉이 젖어

그냥 앉아 있어도 가슴이 아릴 뿐

너야 꽃 지면 열매 맺어

금빛 가을이 빛나겠거니

홀로 가는 길 꽃비만 억수로 내려

너의 흔적을 지우나

그래도 꽃잎은 꽃잎이어서

비끼는 노을빛 애처로운 마음 한 닢

지는 것은 지는 만큼 눈물겨움이거니

고단한 영혼의 처진 어깨 위

은하처럼 불꽃처럼 내리는 꽃잎…

꽃잎은 지면서도 세상을 환하게 밝혀

내려가는 길도 때로는 따뜻하게 한다


3. 피는 꽃을 보며

 

천지간 지천으로 터지는 꽃망울

새들도, 새소리에도

물이 올라, 물이 들어

눈맞추고 입맞추고

온몸 기름 잘잘 돌아

물 뚝뚝 듣는 소리

단내 묻어나네

자르르자르르 우는 새

흔티흔한 사랑노래도

소리에 색이 들어

색색色色거리며 색쓰는 소리

풀도 나무들도 귀가 먹먹하고

하늘 바라보는 눈도 막막하네

씨이씨이 쓰비쓰비 씨씨씨


4. 봄날은 간다

 

피터지게 피어나는 꽃 속에서도

하염없이 휘날리는 꽃비 속에도

한없이 초라한.


'시집『푸른 느낌표!』2006'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수의 백수의 꿈  (0) 2006.12.05
등꽃 아래 한나절  (0) 2006.12.05
우도에서  (0) 2006.12.05
청명  (0) 2006.12.05
가을 한때  (0) 2006.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