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푸른 느낌표!』2006

사랑이여 가을에는

洪 海 里 2006. 12. 6. 16:45

사랑이여 가을에는

- 향부자香附子

 

洪 海 里



사랑이여 가을에는

네 몸에 불을 질러라

다 태워버려라

한여름 피어오르던 짙은 젊음

이제 마른 풀잎으로 남아

시든 허상뿐

겉불을 질러

겉으로 무성한 허무의 껍질

다 태우고 나면

허망한 잿더미

바람에 풀풀 날리고

다 쓸려가고 나면

남을 것은 이 지상엔 없다

땅 속 깊이 묻혀

불로도 타지 않고,

죽지 않고 박혀 있는

사랑의 뿌리

다시 캐내어

불로 사루고 사루면

까맣게 남는 새까만 알갱이

그것도 사랑은 아니다

다시 씻고 부시고 닦으면

한 줌 금으로 남을까

다 타서 없어진

네 사랑이 향기로울까

사랑이여

이 가을에는

네 몸에 불을 질러라

다 태워버려라.


- 시집『푸른 느낌표!』(2006, 우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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