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스크랩] 하지에 보는 개꽃아재비

洪 海 里 2007. 6. 22. 16:41

 

장마라고는 하지만

어제 이곳은 빗방울만 조금 날리다 말았고

지금 이 시간, 한라산을 중심으로 한 그 주변은

푸른 하늘을 바탕으로 구름이 펼쳐져 있을 뿐입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1년중 낮이 제일 길다는 하지(夏至)네요.

하지는 12시에 태양이 가장 높게 있어 북반구에서는

일사량과 일사시간도 가장 많은데, 햇감자가 나오고,

이 시기가 지날 때까지 비가 오지 않으면 마을마다 기우제를 올립니다.


오늘 올리는 개꽃아재비는 쌍떡잎식물 초롱꽃목 국화과의 한해살이풀로

잎은 어긋나기(互生)잎차례이고, 대개는 잎자루가 없습니다.

잎새는 윤곽이 장타원형(長楕圓形) 또는 타원형(楕圓形)이며

질이 연하고 뒤로 말리기도 합니다.


 

꽃은 6-9월에 피는데, 두화(頭花)는 다수이며, 지름 1.5-2.5㎝,

총포편은 3열로 배열하며 장타원형이고 외면에 연모(軟毛)가 있습니다.

설상화(舌狀花)는 10-18개로 백색이고 후에 뒤로 말리며, 중성(中性)이고

대개 끝에 3치(齒)가 있으며 관모(冠毛)는 없습니다.


원산지는 유럽으로 몇 년 전부터 세미오름 입구에 널리 퍼져 있어

그저께 찍은 겁니다. 저녁 5시가 넘어가면 꽃잎을 오므립니다.

우리가 흔히 진달래꽃을 개꽃이라 하는 곳도 있는데

개꽃은 땅을 기는 잎사귀가 가늘고 꽃도 아주 작은 식물입니다.


그런데 오늘 올리는 개꽃아재비는 그 퍼져 있는 규모나 꽃나무의 크기

꽃의 모양이나 모든 것이 개꽃에 비할 바는 아니고

의젓한 모양이 여느 들국화에 뒤지지 않을 정도여서

외래어를 차용하지 않고 아재비란 접사를 붙인 모양입니다.

 

 

♧ 하지 - 홍해리(洪海里) 

 

이 길어질수록

바다에서 왔던 햇빛들이

하나씩 돌아가고 있다.

골목길마다

끌려가는 사내들의 꽁무니에

뼈 없는 일상이 흔들리고,


살로 걸어가는 사내들

플라타너스 그늘에서

마른 이야기를 건네는

젖은 바람의 손을 잡고 있다.


드디어

바다 속에 죽어 있던 여자들이

살아나와

물구나물 서고 있다.


가장 굵고 튼튼한 그림자를 던지는

가장 길고 건강한 사랑도

허허허! 하며 먼지를 털고 있다.


헛된 비만 때 아니게

싸움에 지쳐 돌아가는

뜨거운 강의 등줄기를 내려치고 있다.


 

♧ 하지(夏至) - 조두희 

 

누구나

마음의 달 하나쯤 지고 사는데

그 달이 어둠에서 빛날 때

어찌

망월을 생각했겠는가


수련에 포개 앉은 한낮의 사유

물 속에 주저앉은 긴 정적뒤

잠시 노을로 빛남도

스러지는 오랜 삶의 상처일 뿐


그대여

아침 더불어 솟는 해의 경계를

짧은 밤 어둠으로 놓아 보아라


누구나

한 번은 긴 하지인 때 있었나니

 

 

♧ 하지(夏至) - 임동윤 

 

굴다리시장 후미진 귀퉁이

빛바랜 파라솔로 간신히 햇빛을 가린

그 여자의 손바닥만한 좌판이 있다


매일매일 짧은 밑천으로

건어물과 생선을 조금씩 들여다 판다

훅훅 달아오르는 대낮의 열기에

아침에 들여 논 생선들이 상할까봐

그 위에 얼음 조각을 연신 뿌려댄다


예순 안팎의 저 몸집 작은 여자

한 때는 식구들을 위해 푸성귀며

물 좋은 생선들을 쇼핑해오던 여자다

어느 날 몰아친 폭풍우에

집의 뿌리가 몽땅 뽑혀버리고

그때부터 시장 한 귀퉁이

엉덩이 질기게 까붙이고 나앉았다


아침부터 저 여자

생선상자에 자꾸 얼음만 끼얹는다

팽팽했던 얼굴 잔주름만 바글거리고 

날마다 생선가시에 찔린 손으로

일본산 갈치를 토막토막 잘라

바지런히 스치로폼 용기에 담는다


빛바래고 찢겨진 파라솔 틈새로

예리하게 비집고 들어온 햇살들

함부로 여자의 이마에 닿아

짜디짠 소금바다 송송 만들고 있다


 

♧ 하지 - 조창환 

 

담쟁이덩굴이 벽이 끝나는 곳에서

물끄러미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빈 하늘이 보송보송하다


병아리 솜털 같은 바람이 불다 말고

새들이 만든 길을 가만가만 지운다

 

 

♧ 하지(夏至) - 김수우 

 

창문을 열고 집어낸다

무릎에 떨어진 머리카락

한 올만큼 덜어지는

나의 죄


바늘강 같은 매미울음 속으로

떠가는구나

시름없이 육체를 벗어나는

내 혼의 실오라기


어제의 바람이

어제의 하늘이

하지감자알로 굵었는데.

 

 

♬ 존덴버 모음곡

 

출처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글쓴이 : 김창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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