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스크랩] 장마 속의 하눌타리꽃

洪 海 里 2007. 7. 4. 12:12

 

장마라고 비가 시작되고 나니

매일 한두 차례씩 비가 쏟아진다.

우리 학교는 어제부터 시작된 1학기말 고사가

금요일까지 이어지는데

오늘 아침은 비 끝에 스산한 바람까지 분다.


요즘 내가 출퇴근하는 길에는 

희어멀끔한 이 꽃이 밭담이나 나무를 장식하고 있다.

아침에는 꽃술을 활짝 폈다가 낮으로 가면서 오므리는 꽃.

이 꽃들은 모두 수꽃이다.

 

 

하눌타리는 쌍떡잎식물 박목 박과의 덩굴성 여러해살이풀로

하늘타리, 과루등, 하늘수박, 천선지루라고도 한다.

뿌리는 고구마같이 굵어지고 줄기는 덩굴손으로 다른 물체를 감으면서 올라간다.

잎은 어긋나고 단풍잎처럼 5∼7개로 갈라진다.


꽃은 7∼8월에 피고 2가화이며 약간 노란 빛을 흰색이다.

수꽃은 수상꽃차례로 달리고 암꽃은 1개씩 달린다. 

열매는 둥근데 오렌지색으로 익고 종자는 다갈색을 띤다.

과육은 민간에서 화상과 동상, 종자는 거담, 진해, 진통에 쓰거나 소염제로 쓴다.

 

 

♧ 하눌타리 - 홍해리(洪海里)

   

노화도 바닷가

갈대는 없고

반쯤 물에 뜬

2층 찻집,

꿈 속으로 갈앉고 있는

건너편 보길도 적자산

보랏빛 그리메,

목포행 삼영호

뿌연 뱃고동

뿌우 뿌우

바닷안개 속으로 울고

까맣게 탄 사내애들이

물 위로 물 위로

안개꽃을 피워 올리며,

하눌타리

천화분을 뿌리에 싣고

젖고 있는

한낮의 목마름.

 

 

♧ 하눌타리 - 최범영


개울가 돌 둑 위의

작은 오막살이

돌담 타고 하늘에까지 뻗은

구름 비친 하눌타리


하늘엔 둥실 한 조각 구름

파아란 어느 늦봄의 보금

구름은 나루를 보자마자

묘약이라도 발린 듯 사랑을 했네


반짝거리는 물소릴 타고

구름은 내려 잠자는

나루 위에 입맞춰주었네

놀라 깬 나룬 구름을 보자

사랑하게 됐네


둘은 낮이 저물 듯 밤이 깊듯

사랑에 빠졌네 날과 달이 갔는데


구름은 나루의 뱃속에 손을 넣어

뭔갈 꺼내 보곤 실망한 듯 달아났네

가지 말라고 뒤 딴 나루

훤히 터 오는 동녘

깊은 개울로 자꾸 들어가는 구름

 

 

해는 점점 내리기 시작했네

갑자기 구름은 녹아들고

물거품이 되어 없어졌네


뛰어가 움켜쥐고 휘저어도 구름은 없어지고

되돌아오다가 개울가 돌 구덕에 주저앉았네

부들은 그를 끌어다 주느라 길어만 가고


돌담 밑 햇받이에 앉은 나룬

파아란 하눌타리 되어

그 배속은 뵈지 않으려고

더 딱딱해졌다네


하늘에라도 있을 구름

하늘에 비친 구름을 보며

언제든 만나겠지 하는 마음에

넓은 다섯 손 뒤에 배를 감추고

그 어느 늦봄의 얘길 되뇌며

하늘을 꽂아 보네라


 

♧ 하늘타리 - 구재기


하늘은

언제나 높고 푸른 것

구름에 덮여 아니 보여도

아이들은 가슴으로 하늘을 우러른다.


복사꽃 살구꽃

개나리 진달래꽃이 피어

너우러진 봄날엔

하늘을 우러러 단꿈을 꾸고


나뭇가지에 앉은 새가

줄땀을 흘리며 노래할 때엔

아이들은 하늘을 우러러

맑디맑은 목청을 닦아낸다.


구름떼 밀려나고

단풍잎 고운 세상이 오면

하늘은 온통

높고 푸른 것


아, 비로소

키 큰 나무를 타고 올라가

하늘 한가운데를 차지한

아이들의 핑크빛 가슴 하나.


 

♧ 처녀달 - 나태주

   

네 가슴에 돋는 달은 옥례야,

내리 꽂히는 폭포수에 알몸 씻은 보름달이다.

시퍼런 은장도 입에 문 보름달이다.


배꼽 지지는 불가뭄을 이겨내고

허리 짓무르는 장마를 이겨내고

울타리 가에 주렁주렁 호박덩이 박덩이

하다못해 하눌타리 같은 것까지 거느리고 오시는,


옥례야, 네 가슴에 돋는 달은

건드리면 금시라도 까무러칠 처녀달이다.

시퍼런 은장도 입에 문 처녀달이다.

 

 

출처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글쓴이 : 김창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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