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스크랩] 들꽃쟁이의 흰꼬리풀

洪 海 里 2007. 7. 5. 14:08

 

1학기말 시험이 시작되었던 그제 오후 

운동 겸 좌보미에 가서 타래난초나 찍어볼까 하고

혼자 슬슬 갔는데 비가 와 제대로 못 찍고 돌아오다가

북촌의 들꽃쟁이에 들렀다.


여전히 가족이 동원되어 송악 손질을 하고 있었고

지금 하우스 안에 꽃이 핀 건 이 흰꼬리풀과 실꽃풀 정도였다.

자판기 커피를 한 잔 얻어 마시고 나서 이 사진을 찍는데

주인아저씨는 이곳에서 아주 맛있는 커피를 팔 예정이라고 한다. 

 

 

흰꼬리풀은 쌍떡잎식물 통화식물목 현삼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잎은 대생하고 도피침형 또는 피침상 선형이며 끝이 뾰족하고

밑부분이 좁아져서 엽병같이 되며 길이 4-8cm, 폭 5-8mm로서

특히 뒷면 맥 위에 굽은 털이 있고 윗부분에 톱니가 약간 있다.

 

꽃은 7-8월에 피며 흰색이고 정생하는 총상화서에 달리며

화서는 길이 10-30cm로서 짧고 굽은 털이 있다.

꽃받침은 길이 2mm로서 4개로 깊게 갈라지고 열편은 끝이 둔하며

화관은 지름 6mm로서 4개로 갈라져서 거의 수평으로 퍼진다.  

 

 

♧ 몸꽃은 꽃무덤에서만 핀다 - 홍해리(洪海里)

 

여학교에는 계절이 없다

여름 가을 겨울이 모두 봄이다, 꽃피는 봄


춘삼월 연분홍 진달래

어릿어릿 비린내 어질머리

주근깨 박박 4월 철쭉

백목련 심장 위에 떨어진 자목련 한 잎

수수꽃다리에서 흑장미까지


하얀부처대가리꽃에 똑 떨어진 진홍의 장미꽃잎 하나

메밀꽃바다에 뜬 꽃다발

찔레꽃 눈부신 하늘로 기어오르는 칡꽃

싸리꽃 밭머리 흰구름장 위로 날아가는 제비꽃

목화꽃 피는 밤의 춘향의 젖꼭지꽃


동백꽃 금낭화 땅비싸리 해당화

덩굴광대수염 며느리밑씻개

앵초 자운영 앉은부채 엉겅퀴

처녀치마 갯패랭이 자주꼬리풀

동자꽃 분홍연꽃 왜노루오줌풀

달구지풀 날개하늘나리 ……


이름만으로도 詩가 되는 꽃들이여

몸꽃은 꽃무덤에서만 피는가.

 

 

♧ 애인 - 홍희표


큰 나라 중국에서는

자기의 부인을

‘애인(愛人)’이라고 부른다네

그대에게 후추 쓰듯

애정을 아껴 아껴주라

그럼 진짜 애인은

무엇이라고 부른다지?

여우꼬리풀 같은 그대를.


 

♧ 숲 해설가의 아침 - 이시백


산비탈에 줄서 있는 학생들

응달을 피해 시든 잎과 열매를 단

이름표를 달고 누가 봐주지 않아도

어미에게 배운 대로 비탈에 비껴 서서

콧물을 흘리고 있다

내가 다가서자 엉거주춤 뒤로 물러난다


풀들에게 이렇게 말을 건다

풀들아! 난 아니야, 선생님이 아니야

땅 속에서 솟은 불그레한 새순들

부끄러운지 바짝 엎드려 고개를 숙인다

겨우내 팽이치기, 구슬치기, 얼음지치기로

툭툭 불거져 터져버린 손등을

햇살 뒤로 감춘다

노루오줌, 꽃향유, 긴산꼬리풀

모두 열매를 가슴에 달고 자랑을 한다

어미가 남긴 유일한 유산

다시 뿌리를 내며 풀들은 새순을 낸다


초록순이 있어 숲학교는 늘 떠들썩하다.


 

♧ 꽃가루받이 - 김영천

    - 노고단에서

 

큰 꽃을 가지고 있어서

팔천 년은 더 오래 그 종족을 유지하고 있는

함박꽃을 보고 와서는

나도 좀 키울려는데요

몸집 불리기가 영 시원치 않네요

타고난 체격이나처럼

지식이나 부, 명예 그 딴 세상의 영화는

그대로 어쩔 수 없더라도

사랑이나 진실, 그리움 같은 것으로야

붕붕 떠오르게 제 몸피를 부풀릴 수 있지 않을까

하여서요

하얗게 피어올라

이제 가슴으로 달디단 말씀도 좀 품겠습니다만

진리니 뭐니 그 어줍쟎은 말이

어디 세상에 통하기나 하던가요

작은 꽃들이 우루루 군대로 모여

마치 구름처럼 우산처럼 피어나서는

윙윙거리며 저 날 것들은

나를 외면하고는

어수리 꽃이나 까치수염, 산꼬리풀에나

지천으로 날아다니네요

 

 

♬ 숨어 우는 바람소리 - 김연숙

 

출처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글쓴이 : 김창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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