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누드詩 모음

洪 海 里 2007. 11. 24. 04:23

잠자는 불꽃
- 누드 10


1

영원한 그리움이야.

2
너의 고향이야
살구꽃 진달래 피어 있는,

넘실대는 푸른 바다
섬도 몇 개 솟아 있고,

물 가득 고여 있는 샘
바가지 동동 떠 있는,

3
난 잠자는 불꽃이야
지독한 자연이야

진실과 순수,
그것들만 살아 숨쉬는.

 

 

눈독들이지 마라
- 누드 4

휴화산인
나는,

살아 있는 지뢰,
움직이는 지뢰밭이다

눈독들이지 마라
눈물 날라

나도 폭발하고 싶다
언젠가는.

 

독재자
- 누드 14

나를 훔쳐보라고
한 팔로 비스듬히 누워
뽀얀 살결로 관음을 유도하는
흐벅진 살붙임
눈부신 여성을 가리지 않고
시선을 허공으로 돌려
기다리며
자근자근 음미하라는
너의 아름다운 폭력.

 

아무것도 없다
- 누드 12

오늘은 네 머리에서
칠흑의 폭포수가 쏟아지고 있다
떨어지는 물길 따라
별이 끝없이 반짝인다
폭포도 죽으면 한 점 적멸이듯
너는 오늘 천년의 침묵
무한 영원의 세계를 사는
입을 다문 바위가 된다
너를 들어올리는
고독한 역사의 작은 손들
백지 위에서 찰나가 천년이 되어
앞을 가로막는 거대한 허공
너를 잡고 있는 우리들의 앞에는
아무것도 없다.

 

 

속봄
- 누드 15

너를 지켜보며
내가 그려내는 것은
허망한 몇 마디의 말일 뿐.
허공으로 맺어지는
길 위에는 길이 없어
누구나 혼자서 갈 수밖에야!
꽃잎 한 장의 눈물로는
네게 닿지 못하고 마는구나.
봄바람 따라
흐벅진 허벅지와
푸짐한 엉덩이마다
연둣빛, 연초록 구름 피어오르고
담방담방 수면 위로
물수제비뜨는 아침 햇살 뛰어가고
톡톡 튀어오르는 나뭇이파리들,
창과 깃발의
낯익음과 낯설음의 미학인
빛나는 알봄이여
탱탱 불어나는 젖부들기가로
살찐 봄바람 분다.


 

게릴라 전법
- 누드 2

한 줄의 詩를 찾아
순간의 詩를 찾아
너에게 가는 길은
일방통행
순식간에 반짝이며 오가는
무선의 직선이다
설레이는 빛살과
출렁이는 물살로
무차별 침투하는 국지성 게릴라
무시로 퍼붓는 폭우
또는 수시로 몰아치는 폭풍
나슬나슬한 너의 그곳으로
광속의 쌍창이나
수천 수만의 빛화살이 박힌다
절정의 한때
생략할 것 다 잘라버려도
존재하는 것은 순수한 아름다움
너는 움쩍도 않고
있는 그대로만 보라고
자늑자늑 움직이는 선을 따라
내 속에 내가
네 속에 네가 없어야
우리가 될 수 있을까
너는 나지리 보지 말라고
눈뜨고 보지 말라고
속절없이 무너지는 늘어진 生
유리창에 머리 박고 떨어지는 둥근 꽃판
머리 위에서 발끝까지 
네가 그리는 선과 선
빛과 빛이 나팔소리 따라 충돌한다
아이들이, 사람들이, 아니
여자들이
새까맣게 태어나고 
연보랏빛 곡선이
쥐구멍 같은 눈을 뜨고 있다
눈마다 몽실몽실 부푸는 꽃망울
견고한 生이 파르르 떨며 피어나
새털처럼 날아 오르고
고무풍선처럼, 또는 비누방울처럼
가벼이, 아주 가벼이
꽃가루 같은 아쉬움을 불어 올리고
언어의 끝에, 아니면
침묵의 끝에 머물던 기막힌 젊음
완강한, 부드러운 곡선으로
나의 눈동자 속에
허공이 비스듬히 앉아 있다
향기로웁다.

 

오오, 너 女子여
- 누드 3


너를 직시하면서도
나는 딴 곳에 가 있다
능선을 구르다
골짜기로 빠지듯이
눈을 감으면
너는 손끝에서 피어나고
그 중심에서
나는 흔들린다
너는
대지, 그 흙이고 물이다
때로는 나비
소리없이 우는 매미요
땅 속으로 부는 바람
타오르는 불길이다
이제 죽음 연습이나 하랴
절정에 피는 꽃이여
한 점의 시간을 위하여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저 정지된 시간에서
네가 날아가는 소리 들린다
내가 스미고 저미는 시간 속에
너는 칼날처럼 번득인다
늘 영원으로 반짝이는
내 원의 직선을 부러뜨리는 너
너의 서 있는 모습에서
나는 아름다울 「美」字를 본다

오오, 너 女子여
우주의 기원이여!

 

아름다울 「美」字는 女子다
- 누드 1

 
몸은 몸이고
마음은 마음이나
몸과 마음이 하나인 세상
女子는 한 편의 詩 「美」字로 선다
그렇다
女子는 美이다
한 편의 詩요
한 권의 詩集이다, 
시의 집이다
시인이여, 그대의 탁한 눈으로 세상의 무엇을 노래할 수 있겠느냐
저 動中靜의 動으로, 또는
靜中動의 靜으로 
서 있거나
앉아 있거나
누워 있는
저 자연을 보아라
그대의 눈빛이 얼마나 흐리고
그대의 손끝이 얼마나 허둥대는가
아니, 그대의 속셈이 얼마나 간교하고 음흉한가를
시간은 정직하게 일깨워 주지 않겠느냐
시라고 
글이라고
그대가 펼치는 축제가 사실은 텅 빈 허상이 아니겠느냐
한 포기 풀처럼
한 송이 꽃처럼
한 그루 나무처럼
아니, 바위처럼
그냥 존재하는 저 몸피를 보라
어디서 아름다움이 피어나는가
바로 발끝에서 꽃이 피고 있는 것을 그대는 아시는가?
그렇다
女子는 한 권의 시집인 『美』字로 핀다.

'『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詩> 초승달  (0) 2008.08.15
<시> 입원실에서  (0) 2008.05.03
<시> 손자  (0) 2007.04.25
<詩> 독도  (0) 2006.08.25
<詩> 꽃의 노래  (0) 2006.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