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커니 잣거니』(미간)

<시> 들이곱다

洪 海 里 2008. 2. 18. 04:48

 

 

들이곱다

 

洪 海 里

 

 


비 오는 날

동무네 집에 마을 갔다
집에 올라치면
"지금 늬 아버지 자지?"
"집에 가면 늬 엄마 보지?"
녀석들은 눙치듯 짓궂었다
이 말에 벌컥 화를 내면
능글능글 웃어 대는 녀석들
"야, 임마!, 늬 아버지 지금 집에서 낮잠 자고 있잖아!"
"집에 늬 엄마 없어? 집에 가면 엄마 보잖아!"
하며 계속 구박하듯 심술궂었다

왜 이 말에 화가 났을까
들이곱은 마음에 서러워서였을까

이제 아버지도 가시고
어머니조차 안 계시니

집에 가도 아버지 낮잠 자고 계시지 않고
어머니를 뵐 수도 없네.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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