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황금감옥』2008

문 바르기

洪 海 里 2008. 4. 29. 11:35
문 바르기

 

洪 海 里 

 


1
햇빛 좋은 날을 잡아
문을 바른다

문짝 떼어 털고 닦아
문살마다 풀칠하여 창호지를 붙이고

푸, 푸! 물을 뿜어
양지쪽에 세워 놓으면

문마다 지지 않는 꽃이 피어나
방안이 화안하다
 
2
지창은 수줍은 신부처럼 낯을 가리고
바르르바르르 떠는 문풍지

목소리 낮춰 은은한 반투명으로
지나간 것 모두 아쉽고 그리웁다 우네

3
빛과 바람 반쯤 차단하는 문,
추억의 문만 바르고 있는
 
초록살이 지샌 가을 어름
하늘에는 고단한 새들이 길을 쓸고

아뜩한 바람무늬 눈물겨워
지상에선 지창마다 불을 밝히는

가을날의
겨울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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