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비익조比翼鳥, 날다

洪 海 里 2008. 6. 17. 18:58

 

 

비익조比翼鳥, 날다

 

                                      洪 海 里

 

 물 나간 갯벌 같은 병실에서

 끼룩 끼이룩 끼룩 끼이룩

 날이 들기를 기다리며

 거동 못하는 남편의 수발을 드는

  "ㄱ"자가 다 된 낡은 버커리

 장성한 자식들 삐끔빼꼼 들렀다 가고

 바퀴의자에 거푸집처럼 달라붙어

 온종일 종종대며 맴돌고 있는

 결국엔 가시버시뿐이라고

 굽은 등 펴지도 못하면서

 통증은 차라리 즐겨야 한다며

 몸뚱이야 푸석푸석하지만

 성긴 머리 아침마다 곱게 빗겨주는

 거친 손

 돌아다보면 죄 될 일만 떠오르는

 지난 세월의 푸른 하늘로

 부부간은 촌수도 없는 사이라고

  뭐니 뭐니 해도 둘밖에 없다고

 세월에 염장된 물새 두 마리

  그믐달을 떠메고 날아가고 있다.

 

              (홍해리 시집  2008년 4월 5일 펴냄, 『황금감옥』)

 

 

    지난 4월8일 17 : 08분, 홍해리 시인은 [세란헌洗蘭軒]  블러그 게시판에

   "무의식의 암흑세계를 잠시 다녀오겠다" 라는 내용의 글을 달아놓고 얼마 동안 보이시지 않았습니다.

    평소에 무릎과 허리에 통증을 느끼신다는 말씀을 간간히 들은 기억이 나기에 직감적으로 수술차 입원을 하신 것으로

    추측을 했습니다만 예측대로 홍해리 시인은 서울척병원에서 요추 3번과 4번사이 디스크 수술을 받고

    인공관절과 보형물을 삽입하고 입원 10일만에 지난 4월 18일 퇴원하셔서 댁에서 회복 중이라고 합니다.

    별탈없이 수술이 잘되어 퇴원하셔서 마음이 놓입니다만, 입원하신 전날이던가, 얼마전 펴내신 시집『황금감옥』을

    우체국까지 가서 우송해주시는 길에 허리 통증이 크게 도지신게 아닌가 하는 죄스러움을  떨칠 수 없는 심경입니다.

    귀한 시집을 팔이 가까이 닿는 곳에 두고 정독했습니다.

    상재하신 85편이 넘는 옥고 가운데 이 詩를 올려 봅니다.

    언젠가 병원에 입원하셔서 부인의 정성스런 간호에 대한  감응의 고마운 마음을 따뜻하게 풀어 쓴 시입니다.

    부부라는 사이는 비록 촌수는 없다고 하지만 이 세상을 살며 가장 까까이서 두 몸이 한 몸이 되는 영원한 배필이며

    인생의 동반자 라고 생각합니다.

 

    홍해리 시인의 부인께서 이번에도 병수발에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습니까.

    고맙습니다.

    홍해리 시인의 조속한 회복을 기원하면서 이 시를 올립니다.

   

 

     *  이 詩 의 詩題  "비익조比翼鳥" 에 대하여 잠깐 풀이를 해 봅니다.

         비익조란 화목한 부부나 남녀 사이를 일컫는 금슬상화에 관련된 성어입니다.

 

         비익조는 당나라의 유명한 시인 백거이가 지은 "장한가長恨歌"에서 당 현종과 양귀비와의 사랑의 맹세를 노래한 구절 가운데

         나오는 전설의 새 이름으로 그 생김새가 날개도 하나이며 눈도 하나로 암수가 함께 두 몸이 하나로 붙어있는 새인데 날 때는

         반드시 둘이서 함께 날개를 펴야 날 수 있는 새라고 합니다.

         아마도 이만큼 금슬이 좋은 부부사이를 말함의 뜻이 담긴 전설의 새 비익조比翼鳥를 시제로 아내 사랑을 시로 풀어 쓴

         홍해리 시인의 애틋한 아내 사랑하시는 고아로운 정서의 뜻을 헤아려 봅니다.

 

         * 손소운 시인의 블로그 <사색의 뒤안길>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