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詩人들』1987~1999

<우이동 시인들> 제3집 '시작 노트'

洪 海 里 2008. 7. 3. 07:22

<우이동 시인들> 제3집 '시작 노트'

 

시작 노트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을 때

아무와도 이야기조차 나눌 수 없을 때

전화 다이얼을 돌려도 그저 막막하기만 할 때

그런 시간만이 계속 흐르고 있을 때

우이동 뮤즈여!

시는 과연 어떤 것이어야 하리

시와 나는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야 하리.

                                    - 채희문

 

  세상에 뜻대로 되는 일이 무었일까? 수없이 많은 물음표를 가슴과 머리에 찍는다.

한 가지도 없다. 시도 그렇다. 다만 마음으로 가릴 뿐이다.

  여기 발표하는「牛耳洞日誌」는 한 편의 작품을 10행 이내로 압축해서 시다운 꼴을

갖추어 보려 했다. 그러나 그것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하기야 딸 낳고 싶다고 다

딸을 낳고 아들 낳고 싶다고 아들을 낳는다면 끔찍스런 세상이 되고 말 것이다.

 

우이동일지 · 1

- 봄날에

 

시도 때도 없이

울어쌓는

소쩍새.

 

집도 절도 없이

떠도는

내 마음.

                                                                       - 洪海里

 

 

   요즈음 내 작업의 형식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운율 형식이고 다른

하나는 서사 형식이다. 전자는 음악의 마력을 끌어다 말에 입혀 보려는 최면술법이다.

운율을 일으키기가 쉽지 않아 대개 소품에 머물고 만다. 연작으로 지금까지 50여 편

만들고 있는데 100여 편 만들면 작품집으로 묶어 볼 셈이다.

  후자는 시의 내용을 이야기로 만드는 것이다. 스토리를 담게 되니깐 대개 분량이

길어지고 산문화되기 쉽다. 이 형식의 의도는 시상을 쉽게 풀어서 독자들에게

친근감을 주도록 하고 머릿속에 가급적 오래 남게 하려 함이다.

   하나, 시가 어찌 이러한 형식만으로 성공할 수 있겠는가? 문제는 훌륭한 조각을

만드는 대리석과 같이 훌륭한 '싯거리'가 선행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 林 步

 

   새벽에 산책을 자주 하다 보니 이제는 습관이 되어서 하루만 걸러도 꼭 뭔가를 잃어

버린 것같다. 그래서 요즘 얻어지는 시상의 대부분은 새벽 산책에서 주운 것들이다.

   함께 얻어진 것이 새로운 목소리를 내고 싶다는 욕심이다. 마음 같지 않아서 점점

더 목소리가 둔탁해지는 것 같아 야속하다. 변성기에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야 할 과정

이라면 오죽이나 좋을까마는 그리 쉽지 않다. 시「까치 나라」처럼 그런 곳에 이민

가서 살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 辛甲善

 

   나는 사과 먹기를 좋아한다. 초가을엔 신것을 먹다가 늦가을엔 단것을 먹고

이른봄엔 이빨이 눈에 빠지듯 퍼석퍼석한 사과 먹기를 좋아한다. 어쩌다 벌레를

만나면 그 벌레의 행복을 물어뜯은 것 같아서 미안하다. 그놈도 사과에 집 짓고

사는 것을 보면 통하는 것 같아 반갑다. 그것 이외엔 별 탈이 없다. 다만 벌레의

생존권을 위협한 것 같아 안됐지만 ---. 사과를 내가 먹어야 했는지, 벌레가 먹어야

했는지, 아니면 나도 벌레인지 또는 벌레도 사람인지 --- 하다가 '나는 사과를

먹는 벌레다' 라고 수긍해 버린다.

                                                                             - 李生珍

 

(『牛耳洞 · 3』 1988.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