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詩人들』1987~1999

<우이동 시인들 > 제4집 '끝머리에 붙여'

洪 海 里 2008. 7. 3. 13:00

<우이동 시인들 > 제4집 '끝머리에 붙여'

 

끝머리에 붙여

 

 북한산의 병풍 색깔이 다채롭게 변하기 시작한다. 들녘

의 황금빛도 순도를 더해가고 주렁주렁 달린 과일도 속살

을 익히고 있다. 풍년가를 구가하는 건강한 농부들처럼 우

리도 가을걷이에 나서 네 번째 작품집을 엮는다.

 

 이제까지 주변 자연을 그리던 합작시를 이번에는 사람의

일을 다루기로 하고 4·19묘지를 찾았다. 그곳에서의 느낌

을 춘하추동별로 네 연으로 엮고 마지막 연에서 귀결을 지

어 보았다. 그때의 피끓던 젊음들이 이제는 장년이 되었다.

죽은 사람들만 원통한 것인가? 사자는 말없이 누워 있다.

그러나 그네들의 말없음이 무의미한 침묵일 것인가? 1960

년의 뜨겁던 4월을 상기하며 합작시를 엮고 「사월 학생

혁명 기념탑」의 비문을 다시 읽어본다. '1960년 4월 19

일 이 나라 젊은이들의 혈관 속에 정의를 위해서는 생명

을 능히 던질 수 있는 피의 전통이 용솟음치고 있음을 역

사는 증언한다.

 부정과 불의에 항쟁한 수만 명 학생 대열은 의기의 힘으

로 역사의 수레바퀴를 바로 세웠고 민주 제단에 피를 뿌

린 185위의 젊은 혼들은 거룩한 수호신이 되었다.

 해마다 4월이 오면 접동새 울음 속에 그들의 피묻은 혼

의 하소연이 들릴 것이요 해마다 4월이 오면 봄을 선구

하는 진달래처럼 민족의 꽃들은 사람들의 가슴마다에 되살

아 피어나리라.'

 

 피리는 울어야 선다. 울림이 있어야 한다. 울림이 없는

쓰러진 피리같은 시만 써서야 무엇에 쓸 것인가. 죽은 말

의 썩은 뼈만 주워 모아야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피리를

불자. 밝은 달 아래 달빛을 엮어 피리소리를 빚자.

 그리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우이동, 이 좋은 동네를 우

선 시의 마을로 꾸미자.                               <洪海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