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 시인들> 제4집 '시작 노트'
시작 노트
나는 북한산에 오를 �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백운대(白雲臺) 밑까지 물
에 잠겨 봤으면 하는 생각. 그렇게 되면 백운대는 백운도(白雲島)가 되고, 인수
봉은 인수도(仁壽島), 만경대는 만경도(萬景島)가 되는 거다. 이런 생각을 하던
어느날 지도에서 찾아낸 것이 우이도(牛耳島)다.
나는 그 섬을 찾아갔다. 목포에서 배를 타고 세 시간 반만에 비금도와 도초도를
거쳐 다시 배를 갈아타고 두 시간 후에 우이도 돈목 마을에 닿았다. 우이도는 군
도(群島)로 되어 있다. 유인도가 다섯, 무인도가 스물 하나인데 유인도는 우이도·
동소우이도·서소우이도·죽도·경치도이고, 무인도는 가도·백도·송도·항도·형제도·
청도·어락도 등이다. 다음 시는 유인군도를 떠돌며 쓴 시다.
나는 섬에 관한 시를 나의 열번째 시집인『섬에 오는 이유』로 끝내려고 했는데,
이번 여름 우이군도에 있는 동안 섬에 대한 그리움은 끊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기회만 있으면 부지런히 섬을 찾아다니며 시를 쓰려고 한다.
- 李生珍
어디를 가나 두세 사람 이상만 모이면 부동산과 증권 얘기로 화제가 만발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스톱판이다.
그러나 牛文會 회원들한테선 그런 얘기를 들어 본 일도 없고, 고스톱 한판 벌
이자는 얘기도 나누어 본 일이 없다. 그런 면으로 본다면 누가 牛文會를 「愚文
會」라고 호칭을 해도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여기에 실은 내 작품들은 前作들과 마찬가지로 現貨가 목에 힘을 주는 현실의
미로와 우이동 사이를 오가면 그때 그때 허전해서 주워 모은, 우울함과 외로움에
찌든「愚文의 시편」들이다.
- 채희문
섬·바다·봄·대금── 이것이 이번에 발표하는 작품들의 주제이다. 섬과 바
다는 겨울에 가서 본 자연이었고, 봄은 꽃과 인사의 일이요, 대금은 송성묵
씨의 연주를 듣고 작품을 쓰게 되었다.
짧은 시와 긴 시로 조화를 이루어 보고자 했으나 결과는 미지수일 따름이다. 한
편의 작품도 조화가 되어야 하겠고, 동인지에 발표되는 한 사람의 전체 작품도 조
화를 이루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 洪海里
詩人의 말
저 푸른 산과 들
저 맑은 바다와 하늘
이 지상의 모든 풍요
詩人의 밭은 넓고 멀다.
詩人은 밤 늦도록 깨어
언어의 고운 씨를 골라
자연 그의 밭에 가득 심는다.
아침이면 그 씨들은
더러 키 큰 상수리나무들로
파도의 끝에 오른 날개 큰 물새들로
혹은 하늘을 가르는 잿빛 구름들로 피었다가
저녁이면
詩人의 지붕 밑 그 작은 다락에 모여
詩人의 秋收, 詩
그 이삭들이 된다.
神은 詩人을 짓고
그리고
그들이 일굴 땅
이 세상을 만들었다.
- 林步
산다는 일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들 야단인지 모르겠다. 몇천 년 사는 것도 아닌
데……. 요즈음은 문득문득 고향이 그리워진다. 고향에서 땅이나 파먹게 둘 일이
지 어머니는 왜 그 땅 팔아 우리 다섯 남매를 도시로 데려와서 볼 것 안 볼 것 다
보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나의 바람은 무엇인가. 내 것을 찾으려고 힘을 써 본다. 잘 접목이 되질 않는다.
그래도 당분간 이 작업을 계속해야겠다.
- 辛甲善
(『牛耳洞 · 4』1988.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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