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 시인들 > 제5집 '끝머리에 붙여'
끝머리에 붙여
국민소득이 오르고 세상 살기가 좀 나아졌다 싶으니 새
로운 걱정거리가 생겨난다. 비정상적인 것이 정상적인 것
보다 위에 놓이고 갖가지 폭력이 우리들을 불안하게 한다.
시도 하나의 폭력이다.
우리들의 식어 가는 가슴과 잠재의식을 깨워 주는 언어
의 폭력이다. 그러나 시가 언어의 성찬만 차려놓고 맹목
적인 폭력을 휘두른다면 설득력을 잃게 된다. 정치폭력이
나 사회폭력 또는 종교적인 폭력이 일정한 조직을 통하여
구조적인 성격을 가질 때 강해지듯이 시 또한 구조적인 성
격 속에서 쓰여져야 독자들에게 강한 메세지를 갖고 감흥
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은 언뜻 보면 무질서한 듯하면서도 지극히 질서정
연한 자연의 섭리와도 통할 수 있는 말인 듯싶다. 우리 다
섯 사람이 비록 각자의 목소리와 음색은 달라도 늘 한자
리에 모여앉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합작시」
라는 나름대로의 새로운 시도를 통하여 자연의 원형을 이
끌어내고 각자의 다른 목소리를 한데 모아 새로운 하나의
하모니를 이루어 보자는 발상에서 출발된 것이다.
이번에는 세이천(洗耳泉)을 합작시의 제목으로 정했다.
작취미성(昨醉未醒)의 다섯 사람이 새벽 여섯 시에 세이
천에 모였다. 한 모금의 약수로 돌려 가며 귀를 씻고 가슴
을 헹구고 나니 자연과의 교감을 통하여 시의 갈증을 풀
어 보고자 하는 눈빛들이 어찌나 빛나던지……. <신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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