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 시인들> 제5집 '시작 노트'
시작 노트
요즈음은 자주 외도를 하고 싶어진다.
춥고 배고픈 이 작업을 계속해야 할 구실을 찾기가 무척 궁색하다. 줄글 몇
편을 써서 공복을 채우고 나니 또 슬슬 시의 허기가 진다. 새벽 여섯 시가 가
까와 온다. 도봉산이 어서 나오라고 재촉이다. 그럼 또 슬슬…….
- 辛甲善
-아름다운 昆虫記
나는 사람의 입장에서 곤충을 보기보다 곤충의 입장에서 사람을 보는 버릇
이 생겼다. 그리고 방귀벌레처럼 피식피식 웃는 버릇. 그 까닭을 묻기 위해
숱한 곤충을 만나 봤다. 다음 이야기는 그들과의 인상 깊었던 대화다.
- 李生珍
'다람쥐 쳇바퀴 돌리는 듯'한 내 생활이 나를 우울하게 한다.
그런 생활 속에 강력 본드처럼 접착된 내 존재가 나를 슬프게 한다.
그래서 날개 없는 키위새의 노래 같은 내 詩가 나를 울렸다 웃겼다 한다.
우이동이여 날자, 나에게 날개를 다오!
- 채희문
피는 듯 지는 것이 꽃잎뿐이랴
사람들아 사람들아
우이동 사람들아
뒷산에 흐드러진 진달래에 취해 살자
약혼식장에 들어서는 예비신부
연분홍 꽃색시
업어다 모셔 놓고
금물 뿌린 꽃등을 달고
꽃물들게 껴안아도 보며
취해서 살자
피는 듯 지는 것이 꽃잎뿐이랴
사람들아 우이동 사람들아
보이지 않는 것도 보고
들리지 않는 것도 들으면서 살자
사람들아 사람들아.
- 洪海里
작년말에 엮어낸 시집『은수달 사냥』을 읽고 재미있었다고 인사들을 해 온
다.
詩가 무엇인지 거의 관심을 갖지 않았던 사람들 가운데서도 시집을 들자 않
은 자리에서 다 통독해 버렸다고 듣기 좋은 말들을 한다.
요즈음 내가 계속 좇고 있는 것은 '가락'을 가진 '쉬운' 詩다.『은수달 사
냥』도 이런 점에서 독자들과 쉽게 호흡이 맞았던 모양이다. 그런데 '쉬운 詩'
쓰기가 그렇게 쉽지 않다. 쉽게 만들다 보면 자칫 가벼워질 염려가 있는데, 무
게를 지탱하면서 쉽게 표현한다는 것이 어찌 말처럼 그렇게 수월하겠는가?
- 林 步
(『牛耳洞 · 5』 1989.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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