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詩人들』1987~1999

<우이동 시인들> 제5집 '시작 노트'

洪 海 里 2008. 7. 3. 14:18

<우이동 시인들> 제5집 '시작 노트'

 

시작 노트

 

 요즈음은 자주 외도를 하고 싶어진다.

 춥고 배고픈 이 작업을 계속해야 할 구실을 찾기가 무척 궁색하다. 줄글 몇

편을 써서 공복을 채우고 나니 또 슬슬 시의 허기가 진다. 새벽 여섯 시가 가

까와 온다. 도봉산이 어서 나오라고 재촉이다. 그럼 또 슬슬…….

                                                                                      - 辛甲善

 

 -아름다운 昆虫記

 나는 사람의 입장에서 곤충을 보기보다 곤충의 입장에서 사람을 보는 버릇

이 생겼다. 그리고 방귀벌레처럼 피식피식 웃는 버릇. 그 까닭을 묻기 위해

숱한 곤충을 만나 봤다. 다음 이야기는 그들과의 인상 깊었던 대화다.

                                                                                       - 李生珍

 

 '다람쥐 쳇바퀴 돌리는 듯'한 내 생활이 나를 우울하게 한다.

그런 생활 속에 강력 본드처럼 접착된 내 존재가 나를 슬프게 한다.

그래서 날개 없는 키위새의 노래 같은 내 詩가 나를 울렸다 웃겼다 한다.

우이동이여 날자, 나에게 날개를 다오!

                                                                                       - 채희문

 

피는 듯 지는 것이 꽃잎뿐이랴

사람들아 사람들아

우이동 사람들아

뒷산에 흐드러진 진달래에 취해 살자

약혼식장에 들어서는 예비신부

연분홍 꽃색시

업어다 모셔 놓고

금물 뿌린 꽃등을 달고

꽃물들게 껴안아도 보며

취해서 살자

피는 듯 지는 것이 꽃잎뿐이랴

사람들아 우이동 사람들아

보이지 않는 것도 보고

들리지 않는 것도 들으면서 살자

사람들아 사람들아.

                                                                                       - 洪海里

 

 작년말에 엮어낸 시집『은수달 사냥』을 읽고 재미있었다고 인사들을 해 온

다.

 詩가 무엇인지 거의 관심을 갖지 않았던 사람들 가운데서도 시집을 들자 않

은 자리에서 다 통독해 버렸다고 듣기 좋은 말들을 한다.

 요즈음 내가 계속 좇고 있는 것은 '가락'을 가진 '쉬운' 詩다.『은수달 사

냥』도 이런 점에서 독자들과 쉽게 호흡이 맞았던 모양이다. 그런데 '쉬운 詩'

쓰기가 그렇게 쉽지 않다. 쉽게 만들다 보면 자칫 가벼워질 염려가 있는데, 무

게를 지탱하면서 쉽게 표현한다는 것이 어찌 말처럼 그렇게 수월하겠는가?

                                                                                         - 林 步

 

 

(『牛耳洞 · 5』 1989.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