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詩人들』1987~1999

<우이동 시인들> 제7집 '시작 노트'

洪 海 里 2008. 7. 3. 15:25

<우이동 시인들> 제7집 '시작 노트'

 

시작 노트

 

 雪淸── 눈빛 맑음이라고나 해 둘까. 몇 자의 눈이 세상천지를 덮어 버리고 우

리들의 시계까지 막막하게 해 놓았다. 북한산도 축복이 지나쳐 품고 있던 소나무

푸른 가지들을 눈사태로 잃고 말았다. 한밤 뒷산에서 쩡! 쩡! 울리는 소리를 들

으며 이 부질없는 사족을 그리고 있다.

                                                                                       - 洪海里

 

 시에서의 리듬(律)은 시가 산문과 구분되는 근원적인 특성이다. 따라서 현대시

에서의 리듬의 회복은 산문으로부터 시를 다시 찾고자 하는 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아니 율(律) 연작의 의도는 시의 이러한 원초적이고 기본적인 본질에 닿아

있다.

 쉽고, 재미있고, 그렇지만 격(格)을 잃지 않는 시──그런 시를 계속 생각하고

있으나 쉬운 시가 생각처럼 그렇게 쉽게 씌여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갈수록 절실히

느끼게 된다.

                                                                                        - 林 步

 

 나도 벌레 출신이다.

 나도 벌레 출신인데, 나의 본능은 살아가면서 오염됐다. 윤리와 도덕 그리고 질

서와 양심, 교육과 교훈, 서적과 강의, 지시와 경고 등으로 오염됐다. 이제 나의

솔직하고 순수한 나를 찾기 어렵다. 그 알뜰하고 간편한 본능을 내 몸뚱이에서 찾

고 싶은데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퇴화하고 변질됐다. 그러나 아직 곤충에게는 내

가 찾고 있는 본능이 그대로 남아 있어 다행이다. 그 중에서도 식(食)과 성(性)의

본능도 좋지만 고독에 대한 본능은 더 매력적이다.

                                                                                         - 李生珍

 

 늘 우이동 타령만 한다는 사람들도 있어 이번엔 좀 먼 데서 소재들을 구해다

조리를 해 보았다.

 실은 예전에 해외 영화들을 보고 나서 메모해 놨던 단상들을 정리해 본 것이다.

주로 연시풍(戀詩風)으로 엮어 봤는데 이런 상차림이 입맛에 어떨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작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 채희문

 

(『牛耳洞 · 7』 1990.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