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 시인들> 제7집 '시작 노트'
시작 노트
雪淸── 눈빛 맑음이라고나 해 둘까. 몇 자의 눈이 세상천지를 덮어 버리고 우
리들의 시계까지 막막하게 해 놓았다. 북한산도 축복이 지나쳐 품고 있던 소나무
푸른 가지들을 눈사태로 잃고 말았다. 한밤 뒷산에서 쩡! 쩡! 울리는 소리를 들
으며 이 부질없는 사족을 그리고 있다.
- 洪海里
시에서의 리듬(律)은 시가 산문과 구분되는 근원적인 특성이다. 따라서 현대시
에서의 리듬의 회복은 산문으로부터 시를 다시 찾고자 하는 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아니 율(律) 연작의 의도는 시의 이러한 원초적이고 기본적인 본질에 닿아
있다.
쉽고, 재미있고, 그렇지만 격(格)을 잃지 않는 시──그런 시를 계속 생각하고
있으나 쉬운 시가 생각처럼 그렇게 쉽게 씌여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갈수록 절실히
느끼게 된다.
- 林 步
나도 벌레 출신이다.
나도 벌레 출신인데, 나의 본능은 살아가면서 오염됐다. 윤리와 도덕 그리고 질
서와 양심, 교육과 교훈, 서적과 강의, 지시와 경고 등으로 오염됐다. 이제 나의
솔직하고 순수한 나를 찾기 어렵다. 그 알뜰하고 간편한 본능을 내 몸뚱이에서 찾
고 싶은데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퇴화하고 변질됐다. 그러나 아직 곤충에게는 내
가 찾고 있는 본능이 그대로 남아 있어 다행이다. 그 중에서도 식(食)과 성(性)의
본능도 좋지만 고독에 대한 본능은 더 매력적이다.
- 李生珍
늘 우이동 타령만 한다는 사람들도 있어 이번엔 좀 먼 데서 소재들을 구해다
조리를 해 보았다.
실은 예전에 해외 영화들을 보고 나서 메모해 놨던 단상들을 정리해 본 것이다.
주로 연시풍(戀詩風)으로 엮어 봤는데 이런 상차림이 입맛에 어떨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작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 채희문
(『牛耳洞 · 7』 1990.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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