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 시인들 > 제8집『마지막 비밀까지』'끝머리에 붙여'
끝머리에 붙여
불꽃을 피우고 있으면
시란 무엇인가? 시를 쓰는 일은 즐거움인가 고통인가? 왜
시를 쓰는가? 좋은 시란 어떤 시인가? 쉬운 시가 좋은 시
인가? 감동을 주는 시는 어떤 시인가? 다시 읽고 싶고, 가슴에
새기고 싶은 시는 어떤 시인가?
왜 시를 쓰는 사람들이 자꾸 늘고 있는가? 해마다 시작품의
양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전
국에서 쏟아져 나오는 동인지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왜 이런 부질없는 넋두리로 끝머리를 장식해야 하는가? 예술
작품이란 것이 아무리 독창적이라해도 완벽한 자연 앞에서는
보잘 것 없는 모방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우이동 4인방>ㅡ어느 잡지에 소개된 「우이문우회」의 별칭
이다. 숱하게 많은 시인묵객들이 모여사는 북한산 자락 아래
자리잡은 우이동에 중년을 넘긴 사내 네 명이 시시때때로 모
여앉아 20대의 불꽃을 피우고 있으면 백운대와 인수봉이 내
려다보고 빙긋이 웃는다.
솔밭머리에 이는 바람이 보석보다 곱게 귀밑을 간지르고
세이천의 물소리가 눈을 밝혀준다. 한밤이면 북한산의 따스한
품에 안겨 꿈속에 들고 새벽녘 새소리에 가슴을 열면 산 내음이
온몸에서 배어난다.
그러나 공휴일엔 우이동이 난장판이 되고 아수라장으로 변
한다. 게다가 어느 돈 많은 사람이 고층 닭장 토끼장을 지어
떼돈을 긁어모으려고 한다니 한심스러울 뿐이다. 시멘트로 북
한산의 얼굴을 화장하고 서울시민들을 홀리려 들고 있다.
만일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산신령의 저주는 어떻게
면할 것이며 자자손손 역사의 죄인으로서의 오명은 어찌 씻을
것인지 모를 일이다.「우이문우회」도 작은 힘이나마 모아 북한산
우이동을 지키는 일에 흔쾌히 동참하여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자연을 물려주는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1990. 가을
- 洪 海 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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