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 시인들> 제6집 '시작 노트'
시작 노트
地下鐵 附近의 詩
이번에 수록한 작품들은 「地下鐵 附近」이라는 연작시의 일부이다. 오래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문명비평적인 작품을 시도한 것이다. 애초의 계획은 짧은 시형 속
에 寸鐵殺人의 기지를 담을 수 있었으면 하고 생각한 것인데 뜻을 이루지 못한
것 같다.
- 林 步
이번에는 어둠을 주제로 삼아 보았다.
그래서 한 편의 작품에 같은 낱말(어둠)이 반복될 수밖에 없었다. 밝음보다 어
둠 쪽에 관심을 더 둔 것은 내가 어둠 편에 더 가까워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
다.
- 辛甲善
벌레들의 이야기
한 이삼 년 벌레에 몰두하다 보니 벌레가 되어 버렸습니다. 정말 나도 벌레처럼
살았습니다. 재미라고 할 것까지는 없지만 몰두했다는 일은 잘한 일입니다.
이 섬엔 다 떠나고 벌레만 남았습니다. 나랑 개똥벌레랑 하늘소랑 집게벌레랑,
우리는 이대로 이 섬에 남으려고 합니다.
- 李生珍
牛文會의 다른 회원들은 매호마다 상차림의 메뉴가 새롭고 다채로운 것 같은데,
나는 언제나 단조로운 것 같다.
하긴 어디 한번 여행도 못 해 보고 늘 회사에서 우이동까지밖에 모르는, 틀에 박
힌 생활이니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하다.
그러나 어찌하랴, 뱁새 걸음으로라도 황새 걸음(다른 회원들)을 일단 따라가 보
는 수밖에.
그러니 우이동 뮤즈여, 앞으론 나를 황새로 만들어 주든지, 황새들을 뱁새로 만
들어 주든지 조화를 부려 주시라. 이 몸은 가랑이가 찢어질 지경이니…….
- 채희문
지난 겨울에 만나 사귄 바다가 나를 가득 채우고 서울까지 점령해 버려서일까.
이 여름, 남들은 서울을 피해 섬으로 바다로 떠나 버리고 나만 서울바다에 남았
다.
이번에 발표하는 작품들도 지난 겨울 바다에서 얻어 온 것들이다. 관매도에서의
4박 5일과 파도를 타고 바닷속을 들락이며 진도로 탈출해 나오던 한 시간 반 동
안 5톤짜리 목선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시를 쓰는 일도 삶과 죽음의 황홀과 허망을 두루 맛볼 수 있도록 진실함과 절실
함이 함께 할 수 있는 한판의 마당춤이 되었으면 좋으련만……. 늘 아쉬웁게 막
이 내리고 나면 나는 아무도 없는 막 뒤에 혼자 서서 어둠만 바라보고 있다.
- 洪海里
(『牛耳洞 · 6』 1989.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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