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詩人들』1987~1999

<우이동 시인들> 제9집 합작시「우이동의 봄」

洪 海 里 2008. 7. 4. 07:31

<우이동 시인들> 제9집『가는 곳마다 그리움이』

 

합작시

 

우이동의 봄

 

얼어붙은 입이 터지느라고

게걸게걸게걸게걸게걸게걸게걸

흙과 나무와 새와 사람이

잉태하느라고

게걸게걸게걸게걸게걸게걸게걸

 

황소의 넉넉한 귓바퀴 같은 산자락에

한 사나흘씩 사탕바람 살랑대면

쌔근쌔근 겨울잠 자던 개나리 진달래

맑은 이슬비에 눈 비비고 일어나

젖가슴 설레며 나들이 채비하니

 

풀마다 나무마다 폭약을 장전하고

총천연색 융단폭격을 감행하네

황홀한 폭발음에 귀먹고 눈도 멀고

살려달라고 휴전하자고 매달리는 사람들

한번도 손댄 적 없는 속옷 속 단내나네

 

개나리 놋쇠 방울 벚나무 분홍치마

다북솔 덤불 속 진달래 불꽃 되고

오리, 단풍, 참나무 떼 몸닳아 멍 피우고

인수봉 돌대가리 햇서방 그 시늉에

물 마른 과부년들도 늦동 올라 배앓네.

 

 

* 이번 합작시는 이생진, 채희문, 홍해리, 임보의 순서로 이어서 쓴 것임.

 

(<우이동 시인들> 제9집『가는 곳마다 그리움이』작가정신, 1991. 봄, 정가 2,50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