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 시인들> 제8집 『마지막 비밀까지』 '시작 노트'
시작 노트
'좋은 시란 읽히는 시, 가슴에 가 닿는 시, 오래 남는 시'라고
나는 오래 전부터 생각해 왔다. 그런데 그런 시를 쓰기가 어디
말처럼 그렇게 쉬운가.
이번 『우이동』8집엔 조금 다양한 신제품들을 진열해 보았다.
망가지는 우이동을 울어 본 것도 있고, 모처럼 멀리 좀 떠났다가
멍청해져 본 것도 있고, 일상 속에서 求道的인 것을 갈구해 본 것도
있고, 내 형편과 나라의 현실을 나름대로 나무라 본 것도 있다.
내딴엔 그때그때 절실해서 만들어 보긴 했으나 글쎄……하도
많이 쏟아지는 시시한 시들이 시시각각 시들시들 시들어 버리는
오늘의 상황에서 이번의 내 것들 또한 과연 어떤 의미와 가치와
비중으로 여러 사람들한테 대접은 받게 될지…….
- 채희문
봄 여름을 시는 생각도 못하고 보냈다. 작품 독촉은 하면서 정작
나는 시와는 먼 일만 맡아하면서 땀을 닦았다.
잠에서 �어나자마자 시를 찾고, 밥을 먹으면서도 시를 생각하고.
꿈속에서도 시만을 그려야 시다운 시 한 편이라도 써낼 수 있을
텐데ㅡ. 생활과 시, 시와 생활ㅡ생활의 시, 시가 생활인 삶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절실함이 없는 사치스런 나의 절망에서 탈출해야
겠다.
- 洪海里
이번에 내놓은 전반부의 10편(인동초ㅡ등)은 한 인물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다. 그는 癸丑년(1913년) 음 3월 15일에 和順 구암에서
文化 柳씨 가문의 고명딸로 태어나시어 묘령 열일곱에 寶城 曲川의
姜門으로 출가하시었다. 이태 만에 남편을 동경 유학의 길에 내
놓으신 뒤 일제의 어려운 핍박 속에서도 몸을 깎아 극진히 시부모
공양하며 늦게 얻은 아들 하나 데불고 평생을 청상처럼 사시다
기미년 음 12월 21일(1990) 일흔일곱 해 고되고 쓸쓸한 생애를
마치신 분이다.
鄕校와 鄕邑의 孝婦 표창이 줄을 이었고 姜氏 가보의 첫머리가
이분의 행장으로 장식되었으니, 세상이 이분 덕 기림은 미루어
짐작하겠으나, 이제 겨우 知命에 철이 든 불효 孤哀子의 마음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내 글장난하기 수십 년에 이르나 이제껏 그분의
얘기를 내 글 안의 감으로 감히 삼지 못한 것은 그분의 크신 생애를
담기에는 아직 내 재주가 미치지 못함을 스스로 알고 두렵게 여겼기
때문이다.
허나 이제 떠나신 이 마당에 어이할 것인가. 무딘 솜씨 부끄럼도
제쳐놓고 몇 곡이나마 울어 가신 어머님 영전에 띄우노니 용서하
소서, 이 자식의 불효를…….
다음 여섯 작품(오돌개ㅡ철쭉)은 어머님 품에 안겨 지내던 내
유년의 추억을 담은 것이고, 나머지 작품은 내 근래의 잡정을 읊은
것이다.
- 林 步
ㅡ섬 때문에
이제 좀 미칠 것 같습니다.
이제 혼자서도 살 것 같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그리로 보내 주십시오.
올(1990) 여름엔 독도·흑산도·상태도·중태도·하태도·가거
도·국흘도·개린도·만재도·국도·녹도·마도, 이렇게 돌아 다
녔습니다. 그래도 그리움은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 李生珍
(『牛耳洞 · 8 『마지막 비밀까지』 1990.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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