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 시인들> 제9집『가는 곳마다 그리움이』
합작시
우이동의 봄
얼어붙은 입이 터지느라고
게걸게걸게걸게걸게걸게걸게걸
흙과 나무와 새와 사람이
잉태하느라고
게걸게걸게걸게걸게걸게걸게걸
황소의 넉넉한 귓바퀴 같은 산자락에
한 사나흘씩 사탕바람 살랑대면
쌔근쌔근 겨울잠 자던 개나리 진달래
맑은 이슬비에 눈 비비고 일어나
젖가슴 설레며 나들이 채비하니
풀마다 나무마다 폭약을 장전하고
총천연색 융단폭격을 감행하네
황홀한 폭발음에 귀먹고 눈도 멀고
살려달라고 휴전하자고 매달리는 사람들
한번도 손댄 적 없는 속옷 속 단내나네
개나리 놋쇠 방울 벚나무 분홍치마
다북솔 덤불 속 진달래 불꽃 되고
오리, 단풍, 참나무 떼 몸닳아 멍 피우고
인수봉 돌대가리 햇서방 그 시늉에
물 마른 과부년들도 늦동 올라 배앓네.
* 이번 합작시는 이생진, 채희문, 홍해리, 임보의 순서로 이어서 쓴 것임.
(<우이동 시인들> 제9집『가는 곳마다 그리움이』작가정신, 1991. 봄, 정가 2,50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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