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詩人들』1987~1999

<우이동 시인들> 제11집 '시작 노트'

洪 海 里 2008. 7. 5. 07:35

<우이동 시인들> 제11집『그대 가슴에 딩동!』

 

'시작 노트'

 

   정월 초에는 지난 30여 년간 모았던 수천 통의 편지와

각종 기록을 3차에 걸쳐 소각 작업을 했다.

   그런다고 내가 다 버려지는 것도 아니고, 나를 다 비울

수 있는 일도 아니지만 황홀하도록 아름답고 슬픈 불꽃을

보며 버리고 비우는 쾌감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자위 행위에 불과했다. 빨간 불의 혀가 하

늘로 오르다 사그러지는 허무한 낙하, 하릴없는 추락이 있

을 뿐이었다. 내가 쓴 글 나부랭이, 나 자신까지도 소각하

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끈끈하게 이어가고 있는 이 생명의

구차스러움, 추상을 벗자 하면서도 매달려 있는 이 치사스

런 욕망---이번 작품들도 변함없는 나 자신의 얘기일 따

름이다.

                                                    - 洪海里

 

  律詩 連作이 170편에 이르게 되었다. 이제 律이라는

명칭의 副題를 버릴까 하다가 아직은 달아 두기로 했

다.

 

  仙詩 連作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40여 편 만들고 있는데

적당한 시기에 함께 선을 보일까 한다.

 

  年前에 시작했던 山中問答 연작을 또한 이어가기로 한

다. 이름 붙여 道詩라고 해 본다.

                                                   - 林 步

 

지도는 나의 발로 더듬어 가는 점자

더듬더듬 더듬어 가다가 눈을 딱 뜨면

오만 배로 확대되는 지점, 나는 파도치는

절벽에 서서 뛰어내릴까 망설이다 꿈을 깬다.

 

  나의 방랑은 계속된다. 거금도 연흥도 금당도 충도 다랑도 소랑도

평일도 사량도, 이렇게 떠돌다 보면 내 거처는 집이 아니라 별과 별

사이를 저어가는 배다. 출렁거린다. 설렌다. 그리움에 취해 미칠 것

같다. 바람이 자면 아무데나 쓰러져 눕는다. 누구든 별에 관한 이야

기를 속삭일 수 있는 사람이면 와도 좋다. 아무데나 눕는 버릇이 있

는 사람이면 더욱 좋다.

                                                         - 李生珍

 

서글픈 아이러니 · 2

 

시를 쓴다

시를 사람들한테 시부렁거려 본다

시를 쓰고 싶지 않다

 

시를 쓴다

시집을 팔고 있는 책방에 가 본다

시를 쓰고 싶지 않다

 

시를 쓴다

학생들이 손에 들고 있는 시집을 본다

시를 쓰고 싶지 않다

 

시를 쓴다

시를 떠들어대는 기사들을 읽어 본다

시를 쓰고 싶지 않다

 

시를 쓴다

시를 쓰는 사람들을 만나 본다

더욱 시를 쓰고 싶지 않다

 

시를 쓴다

시시한 시일수록 시끄시끌 시끄럽다

아주 시를 쓰고 싶지 않다

 

아, 그런데도 시를 쓴다

正金의 시를 그리워한다

그런 나를 쓰다 쓰러지고 싶다.

 

                                                  - 채희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