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詩人들』1987~1999

<우이동 시인들> 제12집 '합작시'「우이천을 기리며」

洪 海 里 2008. 7. 5. 18:50

'우이동 시인들' 제12집『산에서 길을 묻다』(1992. 작가정신, 2,500원)


<合作詩>

 

우이천을 기리며

 

- 채희문 / 홍해리 / 임보 / 이생진


그대의 발원지, 북한산 어디쯤인지 몰라도

우리의 생명샘 한골짝으로 모이고 만나

우이동 가슴자락까지 옥류로 흘러내려

가재, 송사리, 아이들 물장구치며 노닐게 하더니

세상사에 찌든 심신의 때 말끔히 씻어 주더니

 

진달래꽃빛뻐꾹새소리도희미해지고

등굽은천년솔도고개돌려귀코를막누나

바보천치백치얼간이들의먹자판놀자판

어우러진고스톱판썩어냄새나는세상천지

우이천은흘러가며울고,울면서흘러가네

 

한 百年 牛耳川 어떻게 될까

썩은 山 썩은 골 썩은 물 싫어

나무도 새들도 떠난 자리

바람도 구름도 등돌린 동네

어느 詩人 목놓아 울기나 할까

 

산신께 빈다고 될 일도 아니오

목신께 떡 준다고 될 일도 아니다

네 마음속 흐르는 물 맑혀야 할 일

사람아, 너만 살라는 우이천이 아니니

송사리도 가재도 너와 함께 살게 하렴.

 

* 요즘들어 지구를 지키자는 녹색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음은 - 때늦은 감이 없

지 않지만 -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고 없어서는 안 될 일임에 틀림없다.

 이번「우이천을 기리며」에 우리의 관심을 모아 보았다. 우이천이 썩고 나면 서울

은 이미 다 썩은 폐수에 떠 있는 생명없는 가엾은 섬이 되고 만다. 북한산이 서울사람

들의 쓰레기장, 화장실, 무분별한 놀이터가 되고 말았다. 여기저기 버려져 있는 담배

꽁초, 과자봉지, 종이컵, 음료수캔과 병 맥주캔, 소주병, 휴지 그리고 음식찌꺼기들

로 꽉 찬 가엾고 불쌍한 명당(?)이 돼버렸다.

 그러나 자연은 위대하다. 최소한의 인간의 양심이 살아 있어 자연을 제자리로 돌려

놓으려 하자 북한산은 자정능력을 되찾아 우이천에 송사리와 가재와 같은 물고기를

되돌려 보내 주었다.

 봄이 되어도 죽어 가던 꽃빛과 움츠러들기만 하던 새소리가 이제 본래의 색깔과 음

색을 되찾게 되길 고대할 뿐이다.

 이번 합작시는 채희문·홍해리·임보·이생진의 순서로 씌어졌다. 우이천의 과거, 현

재, 미래와 그 대책을 기승전결로 꾸며 보았다.

 

 자연은 사람이다. 사람은 자연이다. 더구나 자연은 시인의 각성제요, 동시에 그것

은 안정제이기도 하다. 서울의 젖줄인 한강, 그 모천인 우이천의 맑은 흐름을 우리는

기리고 싶다. 

- 洪海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