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詩人들』1987~1999

<우이동 시인들> 제12집 세상의 잠을 깨우기 위해 / 洪海里

洪 海 里 2008. 7. 5. 19:25

<끝머리에 붙여>

 

세상의 잠을 깨우기 위해

 

 우이동은 유원지가 아닌 문화의 거리, 시의 마을이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모여 동인지 『牛耳洞』을 펴내고「우이동 시낭송

회」를 시작한 것이 1987년 봄이었다. 그 후 봄·가을로 동인지

를 어김없이 발간하여 이번에 12집을 내게 되었고, 시낭송회는

이번 11월로 53회를 기록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다섯 명이 시작했으나 그간 신갑선 동인이 사정상

떨어져 나가고 1990년 봄호인 7집부터 네 사람이 매번 20편씩

의 작품으로 동인지를 꾸며 오고 있다.

 8집부터는 시집의 제목을 <牛耳洞>에서 벗어나 <마지막 비

밀까지>, <가는 곳마다 그리움이>, <잔 속에 빛나는 별>, <그대

가슴에 딩동!>과 같이 그때그때 적당한 제호를 붙여 오고 있다.

1집부터 특징으로 삼고 있는 합작시 외에「우이동 소리」로 우

리가 하고 싶은 말을 맨앞에 싣는 것도 그간의 변화다.

 우이동에서 시작했던 시낭송회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사동

으로 장소를 옮겼다가 우이동으로 다시 돌아온 것도 변화 가운

데 하나이다.

 그 동안 덕성여대 입구에 있는「난다랑」에서 벌이던 시낭송

회는 지난 9월 51회 모임부터 도봉도서관의 후원으로 도서관

시청각실에서 갖게 되었다.

 매달 마지막 토요일 오후 5시부터 시와 국악으로 꾸미는 「우

이동 시낭송회」를 계속 관심 가져 주시길 바란다.

 시낭송에는 이생진, 박희진, 김동호, 임보, 채희문, 정성수,

오수일, 한영옥, 황도제, 구순희 시인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국

악은 대금의 송성묵, 단소의 윤문기, 경기민요의 김수연 씨 등

이 고정 멤버로 참가하고 있다.

 낭송회가 끝나면 박흥순 화백의「우이동 화실」에서 뒤풀이

가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더욱 풍성한 모임이 되도록 우리 모

두 노력할 것이다.

 

 하루에 60리씩 걸어내려온 단풍이 마침내 북한산을 불지르고

있다. 단풍은 나무들이 그해 마지막으로 피우는 꽃이다. 나무들

의 영혼의 꽃이다. 나무들이 읊는 詩이다. 봄·여름의 역사를 되

돌아보며 한 해를 계산하는 나무들이 햇볕을 아쉬워하며 적막

의 잠을 청하고 있다. 그 잠으로 힘을 모아 내년 봄에는 꽃보다

고운 연초록 이파리로 세상의 잠을 깨울 것이다. 우리도 그때는

13집의 준비로 봄잔치를 마련하리라.

 

 이번 시집이 나오도록 후원해 주신 분들과 시집을 계속 엮어

주시는「작가정신」의 여러분들, 그리고 시집의 그림을 맡아 준

박흥순 화백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보다 나은 작품으로 보답할

것을 다짐한다.

 

                                                                   1992. 가을

                                                                      洪 海 里     

 

 (『산에서 길을 묻다』1992. 작가정신, 정가 2,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