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 시인들> 제14집 『아픔을 꽃으로 피우나』
시작 노트
이번 여름 백두산에 오르면서 중국 지방 몇 곳을 보고 왔다.
여기에 실린 작품들은 이 여행에서 얻은 기행시들이다. 기행시는
단순히 현장 르뽀에 그쳐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너무 감상에 기울
어도 곤란하다. 그런데 써 놓고 다시 읽어 보니 그런 어리석음이
전혀 없지도 않아 보인다. 또한 기행시는 대체로 독자들에게는 생
소한 소재들을 다루게 되므로 공감을 불러 일으키기가 쉽지 않다.
따분하지 않고 흥미롭게 읽힐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계속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林 步
시 쓰는 일은 자기 능력도 능력이지만 환경이나 분위기가 따라
줘야 한다. 나에게는 그 조건이 잘 갖춰져 있다. 가까운 곳에 아름
다운 자연(북한산)이 있고, 시 쓰는 벗이 있다. 산에 가면 나무와
꽃과 새와 벌레가 있고, 산에서 내려오면 시우(詩友) 채희문, 임보,
홍해리 시인이 있다. 그들의 얼굴만 봐도 시가 절로 나올 것 같다.
우리는 딱딱한 말로 논하지 않는다. 있었던 일, 있을 일을
이야기로 한다. 노래도 춤도 그림도 이야기로 하고 웃고 웃기는
일도 이야기로 한다. 농담으로 은근히 진담을 이야기할 때도 있
다. 그러는 사이에 어제보다 오늘이 더 즐거워진다. 모두 탈출할
자신이 있는 사람들이다. 시를 위해서라면---.
- 李生珍
그 동안 상차림이 너무 단조로웠던 것 같아 이번엔 사랑시편을
곁들이는 등 식단의 변화를 시도해 보았다.
맛과 영양가가 얼마만큼 잘 조화를 이루었는지 알 수 없으나
식성따라 드시면서 한번 가슴으로 음미해 주시기 바란다.
- 채희문
혼자서 서두르고 혼자서 꾸물대는 습성에 빠져버렸다. 이생진,
채희문, 임보 시인의 작품을 다 받아 놓고 뒤늦게 서두르는 내가
가관이다. 북한산 나무들이 꽃불을 놓기 시작하는데 내게는 불씨,
아니 씨불도 없다. 다른 세 시인들의 열정의 불꽃이 내게까지 튀어
가랑잎을 모아 불을 사른다. 이번에도 식물성인 것은 어쩔 수 없
다. 이 가을, 저 가을을 가을다이 맞고 싶다.
며칠 전에 대형 서점에 나가 산처럼 쌓여 있는 시집들을 보고 느
낀 것이 많았다. 날마다 달마다 발표되는 그 엄청난 작품과
쏟아져 나오는 시집들이여 -- 시 만세! 시집 만세! 시인 만세! 시인
나라 만세! 고뇌가 없는 시, 쉽게 써진 시를 놓고 자꾸 부끄럽다.
병이다.
- 洪海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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