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詩人들』1987~1999

<우이동 시인들> 제15집 『팔색조를 찾아서』'우이동 선언'

洪 海 里 2008. 7. 6. 19:25

<우이동 시인들> 제15집 『팔색조를 찾아서』

 

<우이동 선언>

 

自然과 詩의 宣言

 

                                                          林 步

 

 自然은 生命의 모태요 삶의 터전이다. 모든 생명체는 어머니

인 자연의 품속에서 복된 삶을 누릴 수 있는 천부의 권리를 부

여받았다. 반면에 萬有가 共存할 수 있는 자연을 성스럽게 보전

해야 할 의무도 또한 지고 있다. 그런데 地上의 영장임을 자처

하는 간악한 人間의 무리들은 文明과 開發이라는 美名 아래 흐

르는 강을 막고 푸른 산을 헐며, 무쇠로 수레와 배를 만들어 水

陸을 넘나들고 강철로 날개를 지어 창공을 가르면서, 어머니 자

연의 가슴을 물고 뜯어 만신창이를 만들고 말았다. 그리하여 생

명의 근원인 물과 공기는 썩어 가고 大地와 草木群生들은 병들

어 시들고 있지 않는가. 무너지는 자연과 함께 인간의 종말이

머지 않았음은 명약관화한 사실인데, 아직도 그 위기를 깨닫지

못한 몰지각한 인간들은 눈앞의 사소한 이익에만 사로잡혀 서로

자연훼손의 경쟁을 벌이고 있으니 아, 통탄할 일이로다. 이제

인간들은 지상의 靈長이 아니라 그들의 母體를 허무는 패륜아

요, 神의 뜻을 거역하는 犯法者로 전락하고 말았다. 아니 대지

를 갉아먹는 좀벌레요, 죽음의 덫을 쌓아 가는 無知한 도깨비에

지나지 않는다.

 암담한 인류의 미래를 내다보며 전율을 느끼는 牛耳洞 詩人들

이 오늘 北漢山 자연의 품속에 안겨 외치노니, 몽매한 인간들이

여, 네 생명의 젖줄인 자연을 섬겨라. 자연을 보는 네 눈이 아

직도 닫혀 있다면 세상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이 봄날의 눈부신

저 꽃들을 보라. 신의 뜻 생명의 외경이 여기 넘치나니 그대가 

지은 어떤 마천루의 모래성도 한 송이 저 꽃의 神秘를 따를 수

는 없으리라. 꽃은 자연이 만든 아름다운 詩다. 이 詩가 막힌

네 가슴을 열지니 돌아와 무릎을 꿇고 자연 앞에 敬拜하라.

 아, 무엇이 이 세상을 이처럼 황폐하게 만들었는가. 人間 心

性이 각박함이로다. 利己的인 탐욕에 눈이 멀어 사랑으로 세상

을 보는 詩의 마음을 잃은 탓이로다. 각박한 인간들이여, 그대

들의 가슴속에 깊이 잠들어 있는 詩의 불씨를 깨우라. 시의 불

씨가 타오르면 겨울 들판처럼 얼어붙은 그대들의 가슴에 해동의

물결이 일렁이고, 머지 않아 百花가 난만한 따스한 봄 동산을

얻으리라. 詩는 인간의 아름답고 순수한 心性이 빚어낸 꽃이요,

이 地上에 평화를 심는 근원의 사랑이다. 詩로 쓰인 年頭敎書,

詩로 된 法典, 詩로 이루어진 新聞記事, 詩로 외치는 行商人의

목소리 - 그러한 詩人共化國은 없는가. 그러한 세상은 자연과

인간과 만휘군상이 한데 어울려 뒹구는 사랑의 樂園이 아니겠는

가.

 사람들이여, 자연을 사랑하는 詩의 마음을 어서 일깨우라. 그

대의 아름다운 心性이 암담한 절망으로부터 세상을 구원하리라.

꽃은 자연이 빚은 아름다운 詩요, 詩는 사람들이 피운 아름다운

꽃이다.

 

                                                         1994년 4월 10일

 

(<우이동 시인들15>『팔색조를 찾아서』동천사, 1994. 7. 값 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