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詩人들』1987~1999

<우이동 시인들> 제14집 후기 '우이동 시인들의 말 / 洪海里

洪 海 里 2008. 7. 6. 18:53
<우이동 시인들> 제14집 『아픔을 꽃으로 피우나』(1993)

 

끝머리에 붙여

 

우이동 시인들의 말

 

   우리은 우이동이 유원지가 되는 것을 반대한다. 북한산

자연이 파괴되는 것을 반대하고, 천년 묵은 솔밭의 소나무

들이 쓰레기를 태우는 연기에 말라 죽는 것을 반대한다. 우

이동에 건물들이 자꾸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며 우이령길이

넓혀지고 포장되는 것을 반대한다.

   우리는 우이동이 우이동이길 바란다. 우리는 북한산이 북

한산으로 그대로 보존되어 서울 시민들의 숨통을 틔워 주

는 산소 공장이길 바랄 뿐이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

으로 존재할 때 가장 자연스럽다. 풀은 풀로, 나무는 나무

는로, 새는 새로, 사람은 사람으로서 자연이기를 바랄 뿐이

다.

   1987년 우이동을 문화의 거리, 시의 마을로 꾸미자는

의도로 시작된 <우이동 시낭송회>가 지난 6월로 60회를 맞

이했다. 동인지 <우이동> 제13집『구름 한 점 떼어 주고』의

발간을 기념하는 뜻으로 마련된 이 모임은 60회에 걸맞게

풍성하고 푸짐한 잔치였다. 도봉도서관 시청각실을 꽉 채

운 가운데 두 시간에 걸쳐 시와 국악으로 펼쳐졌고 이어

<우이동 화실>에서 벌어진 뒤풀이에도 40명이나 참석하

여 즐거운 시간을 함께 나누었다.

   이 자리를 빌어 당일 행사를 빛내 준 여러 시인들과 국악

인들께 감사드린다. 기념 타올, 떡, 금일봉을 희사해 주신

도서출판 중앙예림, 호프브로이, 박미선, 오세용, 이미옥 씨

외 여러분께 고마움을 전한다.

   13집을 내면서부터 그간 사용해 오던 모임 명칭을 <우이

문우회>에서 <우이동 시인들>로 바꾸기로 했다. 모임을 처

음 만들 때 거론되었던 명칭이 바로 <우이동 시인들>이었

다. 명칭이 바뀌었다 해도 우리의 활동에는 아무런 변동이 없

을 것임을 밝혀 둔다.

   이제까지 동인지 발간을 후원해 주던 분이 사정에 의해

후원을 중단하게 되었다. 그간 이름도 얼굴도 없이 도움을

준 그분께 무한한 감사의 뜻을 전한다.

   그래서 이번에 부득이 <우이동 시인들>의 후원회원을 모

시게 되었다. 새로 후원회원이 되어 주신 여러분께도 고마

운 말씀을 드리며, 앞으로 더욱더 열심히 동인 활동을

펼쳐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

시고 후원해 주실 것을 기대한다.

   창 밖에 가을이 와서 온갖 식물들이 무거운 열매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단풍도 북한산에 불을 지르기 시작해서 온통

산이 타오르고 잇다.

   그래서 우리들은 북한산의 기운을 되살리기 위하여 <우

이동 낙엽제>를 올렸다. 진달래가 온 산에서 춤을 출 때면

<북한산 시화제>를, 단풍이 고울 때면 <우이동 낙엽제>를

기억해 주시기 바란다.

  올해는 10월 17일(日)에 산신제, 시낭송, 국악 연주와

여흥이 양지바른 산자락에서 펼쳐졌다. 많은 분들이 동참

하여 북한산이 우리 모두의 詩神으로서 늘 청청하기를 기

원했다.

                                        1993. 가을에 서서

                                                  - 洪 海 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