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詩人들』1987~1999

<우이동 시인들> 제15집 합작시「道峯」

洪 海 里 2008. 7. 6. 19:59

<우이동 시인들> 제15집 『팔색조를 찾아서』(1994)

 

<合作詩>

 

道 峯

 

- 홍해리 / 임보 / 이생진 /채희문



북한산이 일필휘지로 지은 산이라면

도봉은 세필로 섬세히 그린 산수화

태백에서 뻗어내려 우뚝 솟은 자리

용이 구름 속에 노닐다 잠시 쉬는지

거북이 바람 타고 하늘을 날고 있는지

 

천길 암벽도 장엄쿠나, 기백 영봉들도 오묘로다

천만 능선 따라 신비롭게 서린 계곡

초목군생들 맑게 얽혀 사는 세상

참 세상 큰 길 여기 와서 배우라고

초연한 어느 선비 道峯이라 일렀는가

 

떡갈나무 밭 아래 노루귀꽃 피고

바위 밑 양지 쪽에 제비꽃 필 때

서울길 다 버리고 도봉산 그 길만을

구름에 실려 가듯 같이 가는 네 사람

제비꽃 떡갈나무 구름 바위 친구하네

 

도봉이여, 드높은 길 크나큰 뜻이여

우리네 인생살이도 산 오르내리는 일 아니더냐

늘 가까이서 가르쳐 다오, 일깨워 다오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느 길을 어디쯤 가고 있는지.

 

 

* 이번 합작시는 주제를 도봉산으로 잡아 보았다. 도봉구에 살면서 이제까

지의 합작시의 주제가 북한산과 우이동에 치우쳐 왔던 것이 사실이었다.

 주변의 어느 분들은 북한산만 산이고 도봉산은 산이 아니냐는 항변 비슷

한 말씀을 하는 것도 들었다.

 지난해 도봉구에 문화원이 창립되었다. 이제는 도봉문화원을 구심점으

로 해서 보다 활발한 문화 활동이 이루어질 것을 기대해 본다. 아무쪼록 이

지역의 문화 예술이 북한산 도봉산처럼 우뚝하기를!

 이번 합작시는 홍해리, 임보, 이생진, 채희문의 순서로 쓰여졌음을 밝혀

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이 지금은 강북구이지만 당시는 도봉구였다. 도봉구가 강북구와 분구

되고 나서 강북문화원이 설립되었다.)

- 洪海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