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詩人들』1987~1999

<우이동 시인들> 제15집 『팔색조를 찾아서』'시작 노트'

洪 海 里 2008. 7. 6. 20:17

<우이동 시인들> 제15집 『팔색조를 찾아서』'시작 노트'

 

시작 노트

 

 이번에는 일을 거꾸로 해 보기로 한다. 스무 편의 작품이 필요한데 시작 노트를

먼저 써 놓고 작품을 만들기로 작정해 본다.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보면 주제를 가지

고 덤벼들면 작품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 <말뚝이 타령> <살풀이춤>…… 등이

모두 그랬다.

 詩는 짧고 재미있게 쓰자는 생각을 늘 갖고 있으면서도 그게 글쎄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에는 역행하는 작업을 시도해 본다.

 겨울 햇살에 빗긴 백운대나 인수봉의 겨울의 영혼, 그 안에 깃든 숱한 나무들의

정결한 영혼의 무늬, 그 무늬가 엮고 있는 맑고 밝고 깨끗한 꿈, 그 꿈의 비상, 그

자유로움, 깊은 명상, 다 버린 가난의 풍성함──그래서 아름다운 산──그 山을

본다.

 

                                                                                        - 洪海里

 

 이번 호에서는 <四短詩> 五首, <說話詩> <仙詩>를 보여 드린다. 그리고 나머지

는 일상적 삶에서 얻어진 雜詩들이다.

 네 마디 짧은 형식의 노래인 <四短詩>는 準定型詩로서 大衆적 國民詩로 발전

시킬 수 없을까 하는 것이 내 꿈인데 아직은 많은 분들의 呼應이 별로 없어 외로운

작업이다.

 <說話詩>는 시 속에 小說的 스토리를 接合해 보려는 試圖인데, 어떻게 이야기를

시로 昇華시킬 수 있느냐가 계속 연구의 과제로 남는다. 내가 요즘 관심을 기울여

쓰고 있는 連作詩 <仙詩>도 넓게는 <說話詩>의 범주에 넣을 수 있으리라. <仙詩>

는 이번 작품들로 이제 겨우 60을 넘어서게 된다.

                                                                                         - 林 步

 

 느낌으로 몰려올 때도 있지만 그런 느낌을 앉아서 기다릴 수만은 없다.

느낌을 찾아 나서야 한다. 발과 눈이 수고한다. 그리고 머리와 손이 그 수

고를 받아든다. 더욱이 평생의 시는 긴 여로다. 그 여로가 끊어지면 시의

맥도 끊어진다. 그것이 화려하든 처절하든 시로 승화된 아름다움은 깨끗한

행복이다. 가난은 하지만 시 하나를 고집하며 사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

다.

                                                                                         - 李生珍

 

 쓰레기도 요즘엔 다시 쓸 만한 쓰레기와 아예 못 쓸 쓰레기가 있다고 한다.

 나는 때로 내 시가 내 쓸쓸함에서 비롯된 한심한 쓰레기처럼 처량해 보일 때가

있다.

 그럴 땐 정말로 또 한번 쓸쓸해진다. 내 시 역시 사람들의 외면 속에 난지도 쓰레

기처럼 쌓여 가는 어느 시의 더미 속으로 섞여 버릴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이왕 그럴 바엔 아무런 쓸모도 없이 공해나 유발하는 쓰레기 같은 시가 아니었으

면 좋겠다.

                                                                                         - 채희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