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 시인들> 제16집『깊은 골짝 기슭마다』
끝머리에 붙여
다시 가을에 서서
洪 海 里
가을은 한 폭의 수채화다
가을은 온 세상을 수채화로 바꾸어 놓는다. 산을 봐도
그렇고, 하늘도, 들판도 마찬가지다. 우주의 만상에 고
운 물이 든다. 천지만물에 말갛게 흐르는 수맥이 보이는
듯하다.
사람들도 수채화가 된다.
초록 물감만 생산하던 우주색채공장이 모든 생산라인
을 가동하여 온갖 색깔의 물감을 만들어 내고 있으니
사람도 별수가 없다.
아시안 게임의 금빛 찬란한 메달이 쏟아지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바다 건
너 나라의 오에 겐자부로. 우리의 자부심, 우리의 우월
감은 무엇일까. 또 그것들은 어디에 있는가. 우리의 문
화, 문화유산이여, 초라한 들판의 시든 풀잎 같구나!
글을 쓰는 시인 작가들과 문화를 주무르고 있는 기관들
이 모두 자성하고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우리는
스포츠 공화국도 좋지만 문화 예술 공화국, 시의 나라
를 원한다.
해마다 단풍이 들 때 치뤄오던 <우이동 낙엽제>를 금
년부터 <북한산 단풍시제(北漢山丹楓詩祭)>로 명칭을
바꾸기로 했다.
제1부는 단풍시제로 북한산이 늘 청청하기를 기원하
는 뜻에서 이훈선의 대금 연주를 서곡으로 올렸고 이어
이생진 시인의 <우이동 선언> 낭독, 김현풍 도봉문화원
장의 분향 및 초헌, 임보 시인의 독축과 참가자들의 헌
작 순서로 진행되었다.
이어 제2부에서는 시낭독과 국악의 향연이 펼쳐졌다.
제3부는 뒤풀이와 자연 보호 활동 순서였으나 뒤풀이에
서도 시낭독과 판소리와 창이 함께 어우러져 참가한 이
들의 흥을 돋우었다.
북한산의 모든 푸나무들과 새와 다람쥐들까지 동참한
풍성하고 값진 잔치였다.
이 자리를 빌어 이번 <북한산 단풍시제>에 동참한 시
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과 특히 국악으로 단풍빛깔을 더
욱 아름답게 수놓아 준 송성묵, 윤문기, 이훈선, 이도
연, 공미희 장영철 제씨와 시인들께 심심한 감사의 말
씀을 올린다.
아무쪼록 한 편의 시가 귀뚜라미의 청아한 노래처럼
찌든 우리의 가슴을 열어 줄 수 있기를!
甲戌 晩秋에
洪海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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