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詩人들』1987~1999

<우이동 시인들> 제19집 '시작 노트'

洪 海 里 2008. 7. 7. 16:16

<우이동 시인들> 제19집『저 혼자 아닌 것이 어디 있으랴』

 

시작 노트

 

 내가 뻐꾸기는 아닌지 모르겠다. 무작정 알을 낳아 놓고 날아가

버리는. 교정에 있는 산수유는 노랗게 터지는데 모두가 부질없다

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봄날은 간다.

                                                                   - 洪海里

 

 앞의 8편은 사단시(四短詩), 뒤의 8편은 이번 중국 여행에서 얻

은 기행시(紀行詩)들이고 나머지는 설화시(說話詩)들이다. 작품

에 대한 설명은 필요할 것 같지 않다.

                                                                    - 林 步

 

 이번 시는 우이동 시인들이 작업실 <시수헌(詩壽軒)>으로 오

던 1993년부터 지금까지 작업실 창문으로 북한산을 내다보며 쓴

시들이다.

 바다에서 돌아오면 내다보던 창문, 그리고 또 바다로 돌아가고

싶어하던 곳. 나는 갈 수만 있으면 어느 섬이든 서슴지 않고 찾

아갔다. 그것은 시 쓰는 일만큼이나 신나는 일이었다. 무한한 고

독과 아름다운 자유를 거기서 느꼈다. 지난 3월에 올라간 태안반

도의 서쪽 끝 격렬비열도(格列飛列島)는 동해안의 끝 독도에 올라

갔을 때(1990.7.23)와 마찬가지로 마음 설레게 했다. 시는 마

음 설레는 곳에서 생긴다. 마음 설렘은 정복에서 올 때가 많다. 그

때마다 신비스러운 용기가 솟는다. 나의 시는 그런 용기에서 더

어진다.

                                                                  - 李生珍

 

 웬만한 知的 수준을 갖춘 독자들한테마저 시가 점점 외면 당

하는 현실을 더 이상 보기 딱해 지난 16집부터 시의 품격과 대

중성의 조화를 꾀하면서 나름대로 사랑의 노랫말 작업을 계속

해보고 있다(그렇다고 종래의 도식적인 형태의 작사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솔직히 말해 고관대작도, 일반 대중도 읽지 않고, 읽히지도 않

는 시들을 쓰느라고 왜 자신을 비롯해 남까지 괴롭히고 있단 말

인가.

 시인들이여, 자멸의 늪이 도사리고 있는 착각과 자기 도취의

안개 자욱한 숲속에서 이제 그만 벗어날지어다!

                                                                   - 채희문

 

(작가정신, 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