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 시인들> 제19집『저 혼자 아닌 것이 어디 있으랴』
시작 노트
내가 뻐꾸기는 아닌지 모르겠다. 무작정 알을 낳아 놓고 날아가
버리는. 교정에 있는 산수유는 노랗게 터지는데 모두가 부질없다
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봄날은 간다.
- 洪海里
앞의 8편은 사단시(四短詩), 뒤의 8편은 이번 중국 여행에서 얻
은 기행시(紀行詩)들이고 나머지는 설화시(說話詩)들이다. 작품
에 대한 설명은 필요할 것 같지 않다.
- 林 步
이번 시는 우이동 시인들이 작업실 <시수헌(詩壽軒)>으로 오
던 1993년부터 지금까지 작업실 창문으로 북한산을 내다보며 쓴
시들이다.
바다에서 돌아오면 내다보던 창문, 그리고 또 바다로 돌아가고
싶어하던 곳. 나는 갈 수만 있으면 어느 섬이든 서슴지 않고 찾
아갔다. 그것은 시 쓰는 일만큼이나 신나는 일이었다. 무한한 고
독과 아름다운 자유를 거기서 느꼈다. 지난 3월에 올라간 태안반
도의 서쪽 끝 격렬비열도(格列飛列島)는 동해안의 끝 독도에 올라
갔을 때(1990.7.23)와 마찬가지로 마음 설레게 했다. 시는 마
음 설레는 곳에서 생긴다. 마음 설렘은 정복에서 올 때가 많다. 그
때마다 신비스러운 용기가 솟는다. 나의 시는 그런 용기에서 더
어진다.
- 李生珍
웬만한 知的 수준을 갖춘 독자들한테마저 시가 점점 외면 당
하는 현실을 더 이상 보기 딱해 지난 16집부터 시의 품격과 대
중성의 조화를 꾀하면서 나름대로 사랑의 노랫말 작업을 계속
해보고 있다(그렇다고 종래의 도식적인 형태의 작사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솔직히 말해 고관대작도, 일반 대중도 읽지 않고, 읽히지도 않
는 시들을 쓰느라고 왜 자신을 비롯해 남까지 괴롭히고 있단 말
인가.
시인들이여, 자멸의 늪이 도사리고 있는 착각과 자기 도취의
안개 자욱한 숲속에서 이제 그만 벗어날지어다!
- 채희문
(작가정신,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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