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 시인들> 제20집『가슴속에 피는 꽃』(작가정신, 1996)
시작 노트
이번 호에도 사랑의 노랫말 같은 사랑시가 주조를 이루고 있
다. 지난 호 작품들에 대해 일부 호응도 있었지만, 뜻밖의 엉뚱
한 반응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당분간 이 기조를 지켜나가겠다. 참 금년은 내게 구설수
의 해라나.
- 채희문
할 말이 없다.
보석 같은 계절에 가슴은 충만하나, 표현을 못하는 답답함에
말문을 닫는다. 먼 길을 떠난다. 날은 맑고 하늘은 푸르다. 바
람도 맑고 푸르다. 시(詩) 같다.
- 洪海里
글에 너절한 수식들을 버리겠다고 하면서도 막상 써 놓고 다
시 보면 군더더기들 투성이다. 하기사 말하는 것 자체가 군더
더기이니 어찌할 도리가 없는 노릇인가. 글의 다이어트는 몸
뚱이의 그것보다 더 힘든 것인가 보다.
- 林 步
요즘은 시장에 상품이 하도 많아서 사지 않아도 될 물건을 사
가지고 오는 수가 있다. 결국 그 상품은 써보지도 않고 버리는
데 그게 아깝다. 내 시집도 그런 상품 속에 끼어드는 것은 아
닌지. 그런 걱정이 앞선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무슨 걱정
인가 하겠지만 값을 매겨 놓은 이상 어찌 상인으로서의 걱정
이 없겠나.
- 李生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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