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詩人들』1987~1999

<우이동 시인들> 제21집 합작시「진달래 능선」

洪 海 里 2008. 7. 7. 18:07

 <우이동 시인들> 제21집『바람 부는 날의 수선화』(작가정신, 1997, 값 4,000원)

 

<合作詩>

 

진달래 능선


 이생진 채희문 洪海里 임보


 

진달래 능선.

거긴 왜 가나?

불은 불로 꺼야 한다고

어젯밤 내 가슴에 불 지르고 간 그 사람

진달래에 숨었다 하기에 가는 거지

 

그래 북한산 팔경八景 중에

우이동 쪽서 오르기 좋은

진달래 능선이 있지

오르락내리락 산행山行길이

꼭 우리네 인생길 같기도 하지

 

뒷주머니 소주병에 진달래 꽃잎

깔딱 숨이 차는 흰구름 날개

연분홍 붉은 볼에 마음이 젖어

부시게 눈이 아픈 봄날 한낮을

소리없이 스러져가는 슬픈 소멸아

 

진달래 능선 거긴 왜 가나?

불은 불로 태워야 한다기에

꽃불, 술불, 마음불 모아

모닥불 피우러 혼자서 가지.

 

 

* 북한산에 올라본 사람이면 진달래 능선을 모르는 이가 없으리라. 봄이면

연분홍 꽃바다 꽃능선을 이루어 지나는 이들의 눈을 황홀케 한다.

이번 합작시는 이생진, 채희문, 홍해리, 임보의 순서로 진달래 능선을 오르며

쓴 것이다.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며 올라본 진달래 꽃밭이다.

 - 洪海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