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詩人들』1987~1999

<우이동 시인들> 제21집 '시작 노트'

洪 海 里 2008. 7. 7. 18:23

<우이동 시인들> 제21집『바람 부는 날의 수선화』

 

시작 노트

 

   시가 있으려니 하고 간 것도 아니오 그리움이 있어 간 것

도 아닌데 구엄리舊嚴里엔 시가 있었다. 밤마다 집어등에 모

여든 고기를 건져 만선으로 돌아왔지만 아무도 반겨주는

이가 없다.

   모두 못 먹는 고기라고 했다. 그 동안 나는 못 먹는 고기를

잡아다 무엇에 썼는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다음에도 그 고기

를 잡으려고 그물을 손질하고 잇다. 못 먹는 고기와의 인연이

조금도 후회되지 않는다. 무허가 무면허 인생인 나에게 이런

인연으로도 살 수 있게 한 것은 고마운 일이다.

                                                      - 이생진

 

   모처럼 어설프게 기행시를 몇 편 깃들여봤지만, 역시 어느

때나 비슷한 메뉴의 상차림이다. 영양가가 어느 정도나 있을

지는 몰라도 소화엔 별무리가 없을 것 같으니 독자들이 알아

서 식성대로 드시기 바란다.

                                                     - 채희문

 

   난을 진정으로사랑하는 사람은 난을 기른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함께 산다고 한다. 난에게 인격을 부여했기 때문이

다. 30년 가까이 난과 함께 살아오면서도 나는 아직 난을

모른다. 그래서 이번에는 난에 대한 시를 주로 모아보았다.

남의 말을 하지 말자. 나의, 난의 이야기를 하자. 난은 꽃도

좋지만 잎만도 좋다. 난은 기다림을 가르쳐준다. 가만히 있

어도 난향은 소리없이 귀에 들리고 가슴에 온다. '하루라도

난을 보지 않으면 마음이 운치를 잃는다'고  소동파는 말했

다.

                                                      - 洪海里

 

   다른 언술과 마찬가지로 시 역시 발언發言이니까 설득에 의

미가 있다. 자석과 같은 시가 있을 수 있을까?

   쇠붙이를 끌어당기는 자석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안

는 詩.

   시에 기氣를 실을 수 있다면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 그것을

문기文氣라고 했던가? 쉬운 일이 아니다.

                                                       - 林 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