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詩人들』1987~1999

<우이동 시인들> 제22집 '시작 노트'

洪 海 里 2008. 7. 8. 10:33

<우이동 시인들> 제22집『우리들의 대통령』

 

시작 노트

 

<산색山色>이하 여덟 작품들은 그동안 시도해온 사단시四短

詩들이다. 짧은 시형이지만 깊이를 더해보고자 의도했는데

어떻게 느껴질지 궁금하다.

<청전靑田>을 위시한 몇 작품들은 생활의 주변에서 얻은 것

들이고 <출마이유出馬理由>에서 <그런 세상>까지는 현실적

인 문제에 눈을 돌려본 것이다. 바야흐로 선거철이어서 세

상이 떠들썩하다. 선거를 치르지 않아도 되는 민주주의는

없는가? 사실 민주주의의 실현은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통

치자의 의도가 문제가 아니겠는가?

<빙옥도氷玉島>는 소설적인 소재와 희곡적인 형식을 시에서

구현해보고자 시도한 것이다. 읽기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 林 步 

 

그 어부가 새로 모터를 산 것을 안다. 새로운 칠에서 빛이

나고 금박의 상표가 금반지 같다. 시동을 걸어 집어등集魚

燈에 불을 붙여본다. 모터 소리가 연하고 불빛이 태양처럼

부시다. 이만하면 한치도 잡고 넙치도 잡을 수 있다. 생업

生業에 자신을 갖는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의 행복이

얼굴, 이마,손가락 끝까지 차 있다. 자신만만해 보인다.

가는 그의 배가 물을 가르며 어장으로 가는 것을 보았다.

나도 그의 행복을 보며 시를 쓰고 싶다. 남들의 행복을 보

며 시 쓰는 것이 나의 행복이다. 구엄리 포구에서 구엄리

사람들의 행복을 보며 시를 쓴다.

(1997년 1월에서 8월 현재)

                                                                   - 李生珍 

 

시작 노트가 필요한 시가 있고 별로 그럴 필요가 없는 시

가 있다.

나의 시는 후자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웬만한 수준의 독자라

면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암송하거나 노래 부르고 싶

어지는 그런 시를 쓰고 싶은 거다.

그런데 그런 시가 남의 작품에서도 만날 수 없고, 내 시

중에서도 엿보이질 않으니, 오호 통재라!

                                                                    - 채희문

 

시가 무엇인가, 시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시는 왜 쓰는

가를 스스로에게 다시 묻는다. 시를 쓰는 일이 아무리 자

기 만족을 위한 자위행위라 해도 나는 시를 써서 행복으로

가는 문이 열리리라 믿고 싶으며 믿고 있다. 거안제미擧案

濟眉하는 마음으로 이번에도 스무 편의 작품을 여기 올린

다. 맛있는 시를 쓰고 있다.

                                                                    - 洪海里

 

      (<우이동 시인들> 제23집『눈썹 끝 너의 그림자』

        작가정신, 1998, 값 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