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詩人들』1987~1999

<우이동 시인들> 제22집 '끝머리에 부쳐'

洪 海 里 2008. 7. 8. 10:44

<우이동 시인들> 제22집『우리들의 대통령』

 

끝머리에 부쳐

 

  박찬호가 미국놈들 틈에서 공을 잘 던진다고 신문마다 아우

성이다. 한편 윤호진의 <명성황후>가 브로드웨이에 성공적으

로 데뷔했다고 떠들썩하다. 가히 국민들의 울적한 심사를 잠

시나마 잊게 하는 쾌거들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그들이 여

기까지 오는 데는 얼마나 많은 어려움과 피나는 노력이 있었

겠는가? 그들이 괴로움 속에 있을 때 누가 손을 잡아주었던

가? 사회가 국가가 그들에게 눈을 준 적이 있었던가? 만일 아

무런 관심도 보인 적이 없었다면 우리는 그들에게 부끄러운

빚을 진 것이다.

  시인도 세상을 시원케 할 홈런을 한 방 때렸으면 싶다. 헌

데 세상이 시쪽에는 아예 관심이 없으니 설령 누가 홈런을

때린다고 해도 관중 없는 운동장에서 혼자 치고 달리는 격이

다. 수년에 걸쳐 공들여 만든 작품들을 시집으로 묶어놓아도

신문의 신간 안내 기사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어느 무명 시인이 어느 날 뜻밖에 노벨상이라도 수상하는

사건이 하나 벌어졌으면 좋겠다. 그렇게라도 되어야 세상은

또 호들갑을 떨 것이며 비로소 시를 다시 생각하는 마음을

지닐 수도 있겠기 때문이다.

                                                                    ㅡ임 보

 

  가난해도 시를 꼭 껴안고 자게 하는 주변이 고맙다. 북한산

이 고맙고 시 때문에 우이동으로 모여드는 사람들이 고맙다.

산엔 나무가 있고 그 나무가 여름을 시원하게 해줬다. 이젠

가을이다. 이번엔 산이 가을을 주제로 시를 쓸 차례다. 채색

으로 체온으로 혹은 감동으로, 그 감동이 고마워 우리도 시

를 쓴다. 시를 버리지 않고 살아가게 하는 가까운, 아주 가까

운 이웃이 고맙다.

                                                                     ㅡ이생진

 

  엘튼 존이 비명에 간 다이애너를 추모하는 노래를 부르자

그 앨범이 하루에 60만 장이 팔렸다.

  우리 중의 누가 그의 노래처럼 '영국의 장미여, 안녕!'하

고 시를 발표했더라면 과연 어떻게 됐을까. 그 결과는 상상

하기조차 싫다.

  어쩐 일인지 세월이 갈수록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지고 싶

다. 탈출하고 싶다. 심지어 문학에 있어서까지도.

  만남 뒤엔 이별을 이별할 길 없는 것. 우이동이여, 안녕!

                                                                     ㅡ채희문

 

  단풍 지도가 일간지에 게재되고 행락 인파가 고속도로와 산

을 덮고 있다는 기사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단풍이 아름다

운 것은 그것이 마지막 불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가을호가 늦게 되었다. 제때에 책을 내고자 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런 것이 세상사가 아니겠는가 생각하

면서도 늘 안타까운 마음이다.

  투명한 햇살이 올리는 과일의 단물 같은 작품들로 빚어진

동인지를 만들고 싶다. 그리하여 한 권의 동인시집이 잘 익

은 과일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풍성항 과수원의 넉넉함을 보

여주었으면 싶다.

 

  늘 우리들의 작업을 지켜봐주시는 주변의 여러분들, 특히

후원회원님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ㅡ洪海里

 

 

    (<우이동 시인들> 제23집『눈썹 끝 너의 그림자』

      작가정신, 1998, 정가 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