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에 대하여
洪 海 里
맛을 맛답게
맛을 맛나게 하고
맛의 맛을 더해 주는 것은 쓴맛이지
쓴맛 단맛 다 보고 나면 쓴맛이 달 듯
'맛있어요'라는 말은 '맛이 써요'가 아닌가
냄새로 맡는 맛과
느껴서 맡는 맛도 맛은 맛이고
눈으로 맛있다 하고
맛있는 소리에 귀를 여는 것과
때로는 소금밭에 젖는 것도
뜨거운 맛과
매운맛도
미각 세포를 자극하는 것과 다를 바 없지만
맛은 역시 쓴맛이 으뜸
쓴맛을 본 사람이 사람맛이 나지
쓸개 빠진 놈이 무슨 맛이 있으랴
소태 같이 쓰디쓴 시詩 한 편 써서
입이 써서 밥 못 먹는 이들
입맛 밥맛 돌게 할 수 있다면 오감하겠네
맛있는 시詩의 맛처럼!
- 시집『봄, 벼락치다』(2006, 우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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