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봄, 벼락치다』2006

맛에 대하여

洪 海 里 2008. 7. 31. 12:04

맛에 대하여

 

洪 海 里

 

 

맛을 맛답게

맛을 맛나게 하고

맛의 맛을 더해 주는 것은 쓴맛이지

쓴맛 단맛 다 보고 나면 쓴맛이 달 듯

'맛있어요'라는 말은 '맛이 써요'가 아닌가

냄새로 맡는 맛과

느껴서 맡는 맛도 맛은 맛이고

눈으로 맛있다 하고

맛있는 소리에 귀를 여는 것과

때로는 소금밭에 젖는 것도

뜨거운 맛과

매운맛도

미각 세포를 자극하는 것과 다를 바 없지만

맛은 역시 쓴맛이 으뜸

쓴맛을 본 사람이 사람맛이 나지

쓸개 빠진 놈이 무슨 맛이 있으랴

소태 같이 쓰디쓴 시 한 편 써서

입이 써서 밥 못 먹는 이들

입맛 밥맛 돌게 할 수 있다면 오감하겠네

맛있는 시의 맛처럼!

 

                            - 시집『봄, 벼락치다』(2006, 우리글)

                           * http://blog.daum.net/hong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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